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에 대한 미국 송환 심리가 영국 법원에서 열렸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독자적인 인터넷망 구축에 나서기 위한 법을 만들었습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필리핀 중간 선거가 두테르테 대통령 국정운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는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줄리언 어산지 씨에 대한 미국 송환 심리가 열렸군요.
기자) 네, 인터넷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공동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에 대한 미국 송환 심리가 2일 오전, 영국 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어산지 씨는 이날 심리에서 미국 송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가 법원에 출두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어산지 씨는 현재 런던 교도소에 수감 중인데요. 교도소에서 영상을 통해 심리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어산지 씨는 미국 송환을 원하느냐는 마이클 스노우 판사의 질문에, 송환에 굴복하고 싶지 않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왜 어산지 씨의 송환을 원하는 거죠?
기자) 어산지 씨는 지난 2010년 미국 정부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인터넷에 올려 미국 정부의 1급 수배대상이었는데요. 지난달 11일 영국 경찰이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 씨를 체포하자, 미국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신병 인도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법무부가 정식 기소를 했군요.
기자) 네, 어산지 씨는 여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어산지 씨가 전직 육군 정보분석가 첼시 매닝 씨의 국방부 컴퓨터 침투를 도왔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11일 어산지 씨가 체포된 직후 기소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어산지 씨는 혐의들이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징역 5년 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산지 씨는 왜 미국 법정에 서지 않겠다는 겁니까?
기자) 미국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조치가 위키리크스 폭로에 대한 응징의 차원이라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영국 법원도 어산지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네요?
기자) 네, 1일 영국 법원이 징역 50주를 선고했습니다. 거의 1년을 구형한 셈인데요. 미국 정보 유출 관련 혐의 때문이 아니고요. 어산지 씨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이후 당국의 소환에 불응하는 등 영국의 사법체계를 무시한 데 따른 처벌입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가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어산지 씨는 2010년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을 유출한 후 영국에 체류했는데요. 하지만 과거 스웨덴에서 성범죄 2건을 저지른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이후 스웨덴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는데요. 2012년 6월부터 지난 4월 11일까지 7년 넘게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지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에콰도르 정부는 더이상 어산지 씨를 보호하지 않은 건가요?
기자) 어산지 씨가 에콰도르 대사관에 있는 동안도, 망명과 관련한 국제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겁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해 3월, 어산지 씨가,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사건 등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내정간섭 금지 등, 망명 의무사항을 추가하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어산지 씨가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하자 보호 조치를 철회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에 대한 미국 송환 심리, 이번으로 끝나는 건 아니죠?
기자) 네, 다음 달 12일부터 몇 차례 더 실질 심리가 열릴 예정인데요. 법원 관계자는 최종 판결까지는 여러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앞으로 독자적인 인터넷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새로운 인터넷 관련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미국 CNN은 이로써 러시아가 최소한 법률상으로는, 자체의 독립적인 인터넷망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인터넷 관련법,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국제인터넷망과 별도로 운용될 수 있는 자체 인터넷망 구축을 허용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인터넷망이 국제인터넷망과 차단된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술적, 행정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이 거의 명시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CNN은 분석했습니다. 새 인터넷법에 따르면 러시아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터넷 통신(정보 이동)은 해외 서버를 경유하지 않고, 감독 기관인 '로스콤나르조르'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요. 앞으로 6개월 뒤인 1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는 왜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까?
기자) 국가에 해가 되거나 온라인 상의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의원들은 여러 건의 인터넷 관련 법안을 상정했는데요.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의원들은 지난해 9월 미국이 채택한 '국가사이버전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안을 상정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국가사이버전략,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을 사이버 공격 위험 국가로 지정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내용인데요. 러시아 의원들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충돌로 러시아의 인터넷이 국제인터넷망과 단절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과 국제사회에서는 푸틴 정권이 사실상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이날 또 다른 중요한 법령에도 서명했군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이 특정 부류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속성으로 러시아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어떤 사람들이 해당됩니까?
기자) 이미 러시아 영주권을 가진 우크라이나인들이나, 크림반도에 태어나 거주하다, 러시아 병합 이전에 크림반도를 떠난 우크라이나인, 구소련 시대 러시아에서 태어난 이라크, 예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인 등이 해당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푸틴 대통령이 얼마 전에도 우크라이나 관련 조치를 내리지 않았습니까?
진행자) 맞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3개월 안에 러시아 여권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령에 서명했는데요. 우크라이나는 내정간섭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련의 이런 조치들과 관련, 일각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승리한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당선자에 대한 정치적 시험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필리핀 중간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는 13일 필리핀에서 중간선거가 열립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해 모두 1만8천 명가량의 공직자를 새로 선출하게 되는데요. 총 6천300만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선거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기과 국정운영 방식을 평가하는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사와 행보는 취임 초부터 필리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는데요. 만약 이번 선거에서 현재 상,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여당 연합이 승리할 경우 임기 3년 차에 들어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현재 추진하는 현안들을 우선 짚어볼까요?
기자) 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약 1천700억 달러를 들여 사회 기반 시설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 불법 마약 사범에 대해서도 취임 초반부터 강경한 자세를 보이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도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이번 중간 선거는 바로 이런 현안들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하는 기회가 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필리핀 선거에서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당이나 정책보다는 후보 개인의 성격 등 인물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기가 높을 경우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라면 선거 공약에 상관없이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된다는 겁니다.
진행자)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기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80% 가까이 나오는 등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 정책에 반대하는 후보들 가운데 노동자나 여성 단체를 끼고 선거에 뛰어든 경우도 있는데요. 현재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기존 정치인들의 경우 선거자금을 더 쉽게 모으고 이 돈으로 텔레비전 광고를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쉽게 다가가지만, 그렇지 않은 후보들의 경우 정치 자금을 모으기가 어렵고, 미디어에 덜 노출되다 보니 자연히 인지도를 높이기가 힘들다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도 많았는데요.
기자) 네, 2016년 취임한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불법 마약 용의자들을 잡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숨졌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일었는데요. 하지만 도시 범죄율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필리핀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중국의 지원과 자본, 기술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중국의 경제 협력에, 두테르테 정부가 안보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필리핀에서는 목숨을 걸고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한 예로, 지난달 말 ‘네그로스옥시덴탈’ 지방에서 지역 관리 후보의 친척 두 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2016년에서 2018년 중반까지 최소한 15명의 지방 관리가 목숨을 잃었는데요. 마약 근절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희생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열흘 뒤에 있을 선거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들이 선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상원에서 의석을 늘릴 경우, 두테르테 대통령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세제 개편과 사회기반 시설 사업 개편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는 2022년 퇴임하는데요. 필리핀은 대통령 6년 단임제로 현행법상으로는 재임이 불가능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