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언론 ‘북한 가뭄’에 큰 관심…“제재 완화 목적” 주장도

지난 2017년 11월 북한 함경북도 김책시 인근 마을에서 하천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주요 언론들은 최근 북한이 발표한 심각한 가뭄 실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자세히 소개하면서도 올해는 제재 완화를 목적으로 가뭄을 강조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소개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0년 만에 최악이라는 북한의 심각한 가뭄 소식을 주목하면서 숨겨진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인용해 “김정은 정권은 습관처럼 식량 원조를 요청해 왔고 이번엔 식량난이 대북 제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이 신문에 "북한은 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해 제재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또 북한의 쌀 가격은 사실 최근 몇 주 동안 하락했는데 북한의 식량 공급이 여전히 원활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식량 수입은 2017년 9월부터 강화된 제재 조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벤자민 실버스타인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의 설명을 소개했습니다.

뉴욕타임즈 역시 북한의 최근 식량난 소식을 전하며 이는 북한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문은 유엔 구호단체들이 그동안 북한의 어린이들과 산모들 사이에 만연한 영양실조를 줄이기 위해 매년 기부를 호소해 왔고, 미국이 이를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데 쓰라고 했는데도 북한은 재정을 핵 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은 미국이 북한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국제적 제재에서 비롯됐다”고 선동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또 유엔 제재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금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난 2017년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북한 어린이와 산모를 돕기 위해 800만 달러를 지원하려던 한국이 이를 재고하라는 압박을 받은 바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폭스 뉴스는 “인구의 40%에 달하는 1천만명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유엔 구호 기구의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또한 김 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이례적으로 식량 부족을 인정했다면서 긴급 식량 원조를 요청한 사실도 거론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의 식량난을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연계해 분석했습니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북 핵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데다 남북간 주도권 행보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 내부에 '위기감'이 일었다”고 전했습니다.

남북이 극적 화해 모드에 진입한 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갔다가 최근 경제 침체와 일자리 경색으로 지지율이 타격을 받은 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통신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으로 빈곤한 북한 주민은 물론, 정부의 과도한 쌀 비축량을 줄이고, 미-북 간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또 북한경제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정말로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알기 어렵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