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로호 승조원 변호인 “재판 신속히 진행해 달라”…거액 배상판결 여부 주목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 당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재판부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습니다.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내려질 경우 북한을 압박하는 미 사법부 차원의 또 다른 조치가 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푸에블로호 승조원의 변호인단이 미 법원에 ‘사전 심리(Status Conference)’ 개최를 요구하는 법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미 법원 기록시스템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17일 소송을 맡고 있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냈으며, 현재 관련 서류가 공개된 상태입니다.

‘사전 심리’란 변호인단과 판사가 만나 다음 재판 과정을 논의하는 것으로, 재판부의 판결 등을 포함한 주요 일정 등을 정하게 됩니다.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소송 역시 사전 심리 개최 후 약 열흘 만에 최종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자 이번 신청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변호인단은 이번 소송의 계획 논의를 위해 가장 이른 날짜에 재판부와 만나기를 희망한다면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 신청서 제출 마감일이 임박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 등 미국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로부터 피해를 입은 미국인과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신청서 제출 마감일은 오는 9월13일입니다.

만약 이번 신청 기한을 놓치면 다음 신청 기간까지 수 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변호인단은 현재 법원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소송 시효’에 대해서도 최근 판례를 소개하면서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변호인단이 언급한 판례는 최근 이란이 연루된 테러 사건의 피해자와 관련된 것으로, 최초 1심 법원은 소송 시효가 만료됐다며 기각 했었지만, 지난 10일 항소 법원이 이를 뒤집은 바 있습니다.

1960년대 북한에 납북됐다 풀려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은 지난해 2월 납북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이 북한 측에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승조원 49명과 가족 91명 그리고 사망한 승조원 32 명 등 172명입니다.

이들은 지난 1968년 1월23일 북한에 납북돼 약 344일을 북한에 억류 상태로 머물면서 고문과 구타 등의 피해를 입었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지난해 6월과 11월 변호인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으며, 지난 2월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1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 문건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현재까지 이번 소송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지난해 4월 소장을 제출한 이후 약 8개월 만에 판결이 끝난 웜비어 소송과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변호인단의 사전 심리 개최 요구를 받아들일 지 주목됩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북한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 규모도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입니다.

앞서 미 법원은 지난 2008년 북한 당국이 푸에블로호 승조원이었던 윌리엄 토마스 매시 등 5명에게 6천58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변호인단은 지난 2월 제출한 증거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으며, 여기에 지난해 12월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내려진 약 5억 달러의 배상 액수도 명시했습니다.

이번 소송에 참여 중인 원고가 약 17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재판부가 과거 배상금에 맞먹는 액수를 북한에 부과할 경우 북한의 배상금은 역대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최근 와이즈 어네스트 호 등 각종 몰수 소송과 맞물려 미 사법부 차원의 또 다른 대북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