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입항 못한 북한 석탄, 인도네시아로 방향 틀어

인도네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선박 동탄호가 입항이 거부된 후 다시 인도네시아 인근 해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제공 자료.

목적지에 입항하지 못한 채 3주 동안 해상에 머물던 북한 석탄이 출발지인 인도네시아로 되돌아가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지난 3월 말까지 실려있던 석탄인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입항과 하역을 허용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산 석탄 2만 6천 500t을 실은 채 표류하던 선박 동탄호가 출발지인 인도네시아로 방향을 틀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싱가포르 해협 동쪽 지점, 말레이시아 최남단 해상에 머물다 약 3주만인 25일 다시 항해를 시작한 겁니다.

마린트래픽 등 선박 추적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동탄호는 이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쪽 해상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해 28일 현재 자카르타 항구에서 242km 떨어진 지점에 머물고 있습니다.

앞서 베트남 선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호는 지난달 13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항 인근 해역에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하역된 북한 석탄을 실은 뒤,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을 향해 이동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으로부터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약 열흘 만에 해당 해역을 떠났고, 이후 싱가포르 해협에서 줄곧 관측돼 왔습니다.

동탄호가 최초 인도네시아를 떠난 시점부터 계산하면, 이 선박의 방황은 40일 이상 이어졌습니다.

현재 서류상으로는 문제의 석탄이 인도네시아에 하역 되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VOA가 확보한 해당 석탄에 대한 선하증권에 따르면 석탄의 하역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마룬다 항입니다.

아울러 화주(Shipper)는 러시아의 한 회사로, 수화인(Consignee)은 인도네시아에 주소지를 둔 회사로 나타나 있습니다.

화물의 종류는 실제 화물로 알려진 북한산 무연탄이 아닌 연료탄(steam coal)으로 기재돼 있는데, 양은 기존에 알려진 2만6천500t이 아닌 2만6천400t으로 명시됐습니다.

VOA가 확인한 선하증권의 내용은 이로써 3번째 달라졌습니다. 인도네시아 하역을 앞두고 새롭게 발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가 확보한 최초 선하증권에는 석탄의 화주(Shipper)와 수화인(Consignee)이 동일 주소를 사용하는 중국 난징의 한 회사로 나타났었습니다.

이후 다시 발행된 선하증권에는 화주가 인도네시아 브로커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으로 변경 기재됐고, 수화인도 말레이시아의 한 회사로 바뀌었습니다.

또 최초 선하증권에는 화물의 종류를 ‘무연탄 2만6천500t’으로 명시했지만, 2번째 선하증권에는 ‘인도네시아 석탄’이라는 문구로 변경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발행된 선하증권은 화주와 선주, 화물의 종류는 물론 양까지 달랐습니다.

동탄호에 실린 석탄은 최초 지난해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선적됐었습니다. 이후 이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약 1년간 억류돼 왔지만, 이후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법원이 석탄의 하역을 허용하면서 동탄호로 옮겨졌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7월에 내려진 미 법원의 압류 결정을 근거로 최근 이 선박을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시킨 바 있습니다.

VOA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등에 이번 사안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