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위기감시기구, 개성공단 재개 주장...미 전직 관리들 “비핵화 진전 선행돼야 가능할 것”

지난해 4월 한국 최북단에 위치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일대. 북한은 31일 금강관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국제사회 분쟁조정 단체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공단 재개도 가능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24일 VOA에, 개성공단 재개가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I don’t really see a link between those two things. I don’t think reopening Kaesong Industrial complex will have a significant impact on the denuclearization question.

북한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어떤 양보나 포기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비핵화와 개성공단 재개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겁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2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개성공단 재개가 한반도 평화 과정에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성공단 재개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다루는 당사국들 간 대화에 운전자 역할을 할 수 있고,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구축이 주는 혜택을 남북한 모두에 상기하는 긍정적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긴장 완충 역할을 하는 개성공단 재개에 합의하면 한국과 미국이 공단 내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에 합의할 것을 압박하고, 북한의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노동자 임금직불제를 통해 노동 착취에 대한 투자가들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 미 평화연구소 선임고문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어떤 논의도 미-북 간에 여러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전 대표] “Certainly if this is a prelude to a serious engagement on denuclearization issues then I think it is certainly worth doing it. But there has to be some degree of understanding between Pyongyang and Washington before Kaesong is reopened.”

개성공단 재개가 진지한 비핵화 협상의 서곡이라면 확실히 그럴 가치가 있지만, 그 전에 미국과 북한 정부 사이에 공단 재개에 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윤 전 대표는 그러면서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임금이 북한 정부의 손에 바로 들어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불 방법의 틀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개성공단은 과거 북한 정부의 주요 자금원이었다며, 공단 재개 절차를 밟기 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 has been in the past a major source of currency for North Korea. It’s something that probably ought to be done carefully and out to be thought out carefully before any steps are taken.”

킹 전 특사는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하려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인도적 우려를 다뤄야 한다며, 임금을 북한 정부가 아닌 업체가 바로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자신의 임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도록 하고,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인식하며, 지출을 노동자 스스로 통제하도록 북한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가 일부 진전되기 전에 개성공단 재개 같은 제재 해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힘들다며, 비핵화 진전이 선행돼야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 정보기관에서 오랫동안 북한 경제를 분석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정부가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임금 지불을 보장한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해도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Every North Korean worker gets paid. I would say more than they were paid probably a hundred dollars at least 100 dollars a month and either in dollars. Hundred dollar bills or a hundred dollars times the black market rate. 8,000 won.”

개성공단의 모든 북한 노동자가 월급으로 적어도 100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직접 받거나 장마당 환율인 1달러에 8천원으로 환산해 받는 체제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개성공단 재개가 훨씬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북한 정부가 합의하면 실질적인 경제개혁의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북한 기업소에서도 최근 자체 직불제가 시행되는 만큼 북한 정부가 결단하면 어려운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최근 워싱턴과 도쿄를 방문해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을 의회 의원들과 전문가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이 우려하는 임금 문제를 현물을 통해 대신 지급할 수 있다며,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VOA의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남북관계는 북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