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조사단원 “북한 ‘숨겨진 굶주림’ 심각”

WFP 웹사이트에 북한의 식량 수급 실태를 알리기 위해 실린 사진. 북한 어린이들이 탁아소에 누워 있다. 출처: WFP/James Belgrave

북한 현지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 식량 수급 실태를 조사한 유엔 조사단원은 북한이 현재 ‘숨겨진 굶주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신체 발달에 큰 손상이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현재 식량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달리 ‘숨겨진 굶주림’의 특징을 띠고 있다고 세계식량계획 WFP 현지 조사단이 밝혔습니다.

조사단의 일원으로 북한 주민들을 직접 만난 제임스 벨그레이브 WFP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최근 WFP 홈페이지에 “북한 내부 식량 수요 평가 결과 `숨겨진 굶주림’이 드러났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숨겨진 굶주림’(히든 헝거)은 영유아가 비타민과 무기질 등 필수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신체 발달에 손상을 입는 영양불균형 상태를 말합니다.

벨그레이브 대변인은 북한의 한 탁아소를 방문했을 당시 보온을 위해 한 방에 모인 아이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기침을 하며 소량의 밥과 김치를 먹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조사단원이 만난 한 북한 여성은 온 가족이 식사량을 줄여 두 어린 자녀들을 위한 식사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지난 12개월 간 주로 밥과 김치만 먹었고, 계란은 손에 꼽을 만큼만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여성은 특히 두 살배기 아기의 어머니라고 밝혀 조사단의 걱정을 자아냈다고 벨그레이브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태어나서 두 살까지 나이의 영유아와 그 수유모의 영양 섭취 수준은 해당 어린이에게 오랫동안 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유엔은 생후 1천일 동안 핵심적인 미량영양소, 지방, 미네랄과 비타민이 결핍되면 성장과 발달, 평생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벨그레이브 대변인은 지난해 북한의 수확량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도 이미 만성적인 영양실조율이 매우 높았다며, 어린이 5 명 중 1명이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발육부진’(stunt)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숨겨진 굶주림’의 영향으로 지난 몇 년 간 WFP의 지원으로 일부 개선된 북한 주민들의 영양 상태가 다시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WFP는 북한 현지 조사 뒤 발표한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식단이 주로 탄수화물로 구성됐으며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국경일과 기념일에만 먹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임형준 세계식량계획 한국사무소장도 최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숨겨진 굶주림이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며 “아동 영상실조가 심하면 뇌에 타격을 주고, 실제 성장이 훼손되며 2살이 지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벨그레이브 대변인을 비롯해 프랑스, 캐나다, 중국,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몰도바, 스페인의 식량안보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은 황해남도 등 북한 내 9개 지방의 식량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