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 다시 찾은 6.25 참전 노병들의 ‘잊혀지지 않은 전쟁’

6·25 전쟁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 참전 용사들이 24일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했다. 출처: 국가보훈처.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 19명과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이제는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노병이 됐지만 한국전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은 전쟁’으로 기억된다며, 자신과 전우들이 지킨 한국의 놀라운 발전상에 감탄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미 해병 1사단 소속 상병으로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 흥남철수 작전까지 굵직굵직한 모든 한국전 전투에 참전한 90세 노병 조셉 벨라저 씨.

67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의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녹취: 벨란저 참전용사] “It didn’t look like what it looks like now And so I wanted to see that which I, I saw that, which made me happy. But the Korean people are just incredibly wonderful and the city is beautiful and we've been more than happy to be here.”

지금과 달리 당시 대한민국의 모습은 참혹한 전투로 폐허였다면서, 한국의 변모상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로 변해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벨란저 씨는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6.25 미군 참전용사는 모두 19명. 2년 전 44명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벨란저 씨는 건강 문제도 있었지만, 이번 한국 방문을 결정하는 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벨란저 참전용사] “I was afraid to come before, Well, a lot of thoughts, you know, a lot of things are there still remember it all. You know I was in all the battles in Korea”

한국전의 모든 전투에 참전했던 많은 기억들이 어제일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리 곳곳에 선명히 남아 있는 상처는 한국전 당시 벨란저 씨의 부상 정도를 가늠케 했습니다.

반세기를 훨씬 넘는 시간이 지났어도 이들 노병들에게 한국전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은 전쟁’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훈처는 정기적으로 벨란저 씨와 같은 유엔군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을 한국에 초청합니다.

이를 통해 노병이 된 이들은 한국이 일궈낸 놀라운 발전상에, 자신과 전우들이 먼 나라 한국 땅에서 흘린 피와 노력의 의미를 되찾습니다.

특히 이번 방한에는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글렌 파웰 주니어 씨가 포함됐습니다.

1952년부터 2년여 동안 한국전에 참전한 고 윌리엄 파웰의 손자인 글렌 씨는 할아버지의 전우들과 함께 70년 전 그들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이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 여행을 떠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투 장소가 담긴 65년 전 사진을 들고 방한한 짐 크레인 씨와 함께 보훈처의 도움으로 해당 장소를 찾은 것은 이번 한국 방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일 가운데 하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렌 씨는 65년 전 기억을 회상하는 짐 씨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그 순간을 함께해 영광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글렌 파웰 참전용사 손자] “We found the battlefield and watching the look on Jim's face when he had a 65 year flashback to what what he did here he got very emotional and he was, it's it's it's an incredible thing to be around”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살아계셔 한국의 발전상과 한국인의 훌륭함을 직접 보셨다면 더 없이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와 그의 전우 등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글렌 파월 참전용사 손자] “It's because a lot of people have laid their lives down in order to make sure that that freedom could exist.”

글렌 씨의 이번 방한은 할아버지를 위해서 뿐아니라 개인적인 이유에서도 특별합니다.

장진호 전투에서 불시착한 동료 전투기를 발견하고 전우 구출작전을 펼친 해군 조종사, 토마스 허드너 중위에 관한 책 ‘헌신’을 영화화 한 ‘디보션’에서 주인공 역을 맡게 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함께 한 시간이 영화에 출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글렌 씨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보훈처는 특별초청 대상에 전쟁영웅 고 김영옥 대령의 조카 내외를 포함해, ‘이달의 6.25 전쟁영웅 선정패’를 수여했습니다.

고 김영옥 대령은 1919년 독립운동가 김순권 선생의 장남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유엔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고 김 대령은 미국 최고의 전쟁영웅 16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창덕궁과 오두산 통일전망대, 임진각, 판문점 등을 방문했고,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하고 보훈처 주관 6.25전쟁 제69주년 중앙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27일에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전우들에 헌화하고 기념관을 둘러본 후, 위로 만찬을 끝으로 5박6일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