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실무 협상 재개라는 가시적인 성과 이외에도 많은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가 포함됐습니다. 싱가포르나 하노이보다 단독 회담 시간이 길어 사실상 3차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뒤 북측 지역으로 스무 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간 겁니다.
김 위원장도 취재진에게 바로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분계선을 넘어서 우리 땅을 밟았는데,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계선을 넘은 것이 큰 영광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아직 법적으로 끝나지 않은 6·25전쟁의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입니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이 1953년에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인 판문점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고 북한 땅으로 넘어 들어간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요새화된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간다고 전망하는 것은 한 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나쁜 과거 연상하게 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의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에 약 1분가량 머문 뒤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이어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미국과 남북한 3자 회동이 성사됐습니다.
미-한과 미-북, 남북 간 양자 회담은 수차례 있었지만, 미국과 남북 세 정상이 만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입니다.
또한 3국 정상의 회동 장소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란 점도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판문점 회동을 기록한 영화에서, 자유의 집 앞에서 이뤄진 미국과 남북 3자 회동을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북남조선과 미국의 최고 수뇌들이 분단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은 전 세계를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적인 자리가 마련됐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가 영광스럽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밝은 전망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서 두 정상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 정상은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만남을 이어갔고, 잠시 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을 시작했습니다.
당초 2-4분가량의 짧은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두 정상은 약 48분 동안 단독 회동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나 하노이보다 단독 회담 시간이 길어 사실상 3차 정상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때는 38분, 올해 2월 하노이 회담 때는 35분이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날 회담으로 북한 비핵화에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오늘의 만남을 통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이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기자회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차량에 타기 직전 문 대통령에게 다가와 통역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물린 채 1~2분 동안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한 중요한 내용을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강경화 외교장관도 미국 측 인사로부터 회담 결과에 대해 상세하게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