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북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의 시작은 트위터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짧은 메시지가 한반도와 국제 정세를 뒤흔든 겁니다. 이은경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반도 시간으로 6월29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참석 뒤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번개 만남’을 제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 것을 본다면, 한국에 머무는 동안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5시간여 만에 북한이 담화를 통해 반응을 보인 겁니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이름으로 발표한 이 담화에서, 만남이 성사될 경우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화답했습니다.
미 언론은 물론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들 조차 예상치 못했던 미-북 정상 간 전격적인 판문점 3차 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최 부상이 이 담화에서 미국 측의 공식적인 제안을 요청한 데 따라 양측의 실무진들이 갑작스레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양측은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를 통한 대화를 거쳐, 이날 저녁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이 판문점에서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 무렵 기자들과 잠깐 마주친 자리에서 “정말 바쁘다”고 말했고, 실제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 앞서 북한 측으로부터 연락이 있었음을 내비쳤고,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녹취: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보면서 한반도에서 평화의 꽃이 활짝 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30일 낮, 정상회담 뒤 열린 미-한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식 확인됐습니다.
“한국전쟁 정전 선언 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난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겁니다.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이 있을 지 32시간 만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급한 통보에도 불구하고 응해 준 데 대해 김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했습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좋은 관계가 즉석 만남을 가능케 한 요인이라고 답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 각하와 나 사이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룻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 했을 것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의 공개 발언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부인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한 건 갑자기 떠올린 일이라면서도, 만남 자체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분 정도, 악수하고 인사만 나눌 것이라던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은 실제로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앞서 열린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단독회담 보다 긴 만남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스타일과 김정은 위원장의 유연한 결단이 빚어낸 이 만남에 대해 강경파인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조차 “이례적이고 역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이은경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