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는 미국의 대학들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 중서부에 있는 명문 사립,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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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도시, 시카고에 자리 잡은 학교"
시카고대학교는 이름에서 벌써 짐작하실 수 있듯이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 있는 사립 대학교입니다. 시카고는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미국에서는 3번째로 큰 대도시인데요. 바람이 아주 많이 분다고 해서 '바람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 세기 넘게 미국의 학문과 산업의 뼈대가 되는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명문 사립, 시카고대학교는 바로 이 시카고의 남부, 미시간 호수와 가까운 '하이드파이크(Hyde Park)'라는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석유 재벌 록펠러 최고의 투자, 시카고대학교"
시카고대학교는 1890년 설립됐습니다. 시카고대학교의 설립자는 미국의 유명한 석유 재벌인 '존 D. 록펠러'입니다. 하지만 록펠러 외에도 여러 명이 시카고 대학 설립에 힘을 합쳤다고 하는데요. 미국에서 38년간 대학 진학 상담과 교육을 해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로부터 시카고대학교의 초기 설립 과정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미국 침례교단 교육국이 40만 달러를 출원했고, 석유 사업의 대성공으로 거부가 된 '존 D. 록펠러'가 60만 달러, 오늘날의 시가로 2천5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기증했습니다. 그리고 시카고에 본사를 둔 고급 백화점 '마셜필드' 설립자인 '마셜 필드'가 하이드파크에 캠퍼스 부지를 기증했고, 자선사업가인 '실라스 콥'이 캠퍼스에 최초로 건물을 지어줌으로써, 1890년 미국 중부 최대 도시인 시카고 중심부에 시카고대학교가 건립될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대학교는 오늘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고등교육 기관이자 세계 굴지의 연구소들이 있는 도시형 연구중심 대학으로 우뚝 섰는데요. 석유왕으로 유명한 록펠러가 이 시카고대학교를 일컬어 '내가 한 투자 중에서 가장 잘한 투자였다'고 한 말은 아주 유명합니다."
"시카고대학교의 위상"
현재 시카고대학교의 위상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계속해서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입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2019년 'US News & World Report' 지에 따르면, 시카고대학교는 미국 대학평가 순위에서 컬럼비아, 예일, MIT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전 세계 대학 평가서를 발표하는 'Times Higher Education (THE)'에서는 10위로 평가된 세계 최우수 명문대학의 하나입니다. 현재 약 2천400명의 교수진에 학부생이 6천200여 명, 대학원생이 1만 명 정도 재학 중인데요. 학부 과정에서 교수대 학생의 비율은 1명당 5명꼴이고요. 80% 이상 학급이 20명 미만의 소규모 학생들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형 인문학 학부와 독일형 연구중심 대학원의 결합"
시카고대학교는 미국형 인문학 중심의 학부교육과 독일형 연구중심 대학원 체제가 결합한 학교입니다. 시카고대학교는 특히 윌리엄 레이니 하퍼 초대 총장을 중심으로, 출발부터 여러 가지 새롭고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제입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초대 총장으로 취임한 윌리엄 레이니 하퍼 총장은 전형적인 미국형 인문학부 교육과정과 독일형 연구중심형 대학원을 결합한 종합대학을 만들었으며, 그의 사상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카고대학교의 이념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하퍼 총장의 개혁 중 가장 괄목한 것은, 시카고대학에서는 1년을 2학기로 나누지 않고 4학기로 나누고 쿼터(Quarter)라고 불리는 각 학기를 10주로 구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여름에도 정규수업이 계속되고, 모든 코스들이 일 년 내내 수강이 가능하게 만들어, 재학생들이 자신의 시간 형편에 맞춰 편하게 졸업 기간을 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대학은 쉬지않고 연구와 강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 하퍼 총장의 의지에 따라 시카고대학교의 개교 첫 수업이 1892년 10월 1일, 토요일 오전 8시에 시작된 것은 지금도 시카고대학교의 뜻깊은 역사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카고대학교는 미국 침례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종교기관과는 관계없는 순수한 교육기관으로 커리큘럼을 설정해 출범했습니다. 또 당시 대부분의 대학이 여성과 소수인종에게 문호를 닫고 있던 반면, 시카고대학교는 개교할 때부터 여학생들을 받아들인 혁신적인 학교기도 합니다.
"뉴플랜(New Plan) -학생들은 오직 학문에만 몰두해야"
오늘날에야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시카고대학교는 사실 설립 초기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사립대학의 하나였습니다. 그랬던 시카고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로 이른바 '뉴플랜(New Plan)'이라는 게 꼽히는데요. '새로운 계획'이란 뜻의 뉴플랜은 시카고대학교의 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허친슨 총장이 추진한 교육 철학입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1929년 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허친슨 총장은 시카고대학교가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는 학부 커리큘럼의 개혁을 시도한 인물입니다. 그가 제시한 '뉴플랜'은 학부 학생들은 모두 인문과 사회, 교양 교육을 심도 있게 받아야 하고, 각 코스마다 학점을 받기만 하면 졸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졸업 시험까지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허친슨 총장은 이미 29살 때 예일대 법대학장으로 재임했고, 30살에 시카고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해 22년간 재임했는데요. 시카고대학교 내 미식축구팀을 없애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고전 100권 읽기 운동을 펼치는 등 학생들은 오직 학문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허친슨 총장의 업적에 대해서는 지금도 엇갈리는 평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시카고대학교 미식축구팀은 허친슨 총장 때였던 1939년 해체됐다가 30년 만인 1969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2차 대전 당시 인류사에 획을 그은 학교"
시카고대학교는 또 제2차 세계대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시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설명입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시카고대학교는 1942년, 엔리코 페르미 교수의 지도 아래 세계 최초로 자동 핵연쇄반응 실험에 성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손을 들게 했던 주역으로서 미국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데 일익을 담당한 대학입니다. 1930년대 인공방사능을 발견한 페르미 교수는 당시 히틀러 휘하에 있던 과학자들이 핵연쇄반응의 원리를 원자폭탄 생산에 응용하면 세계 평화에 위험이 닥칠 것을 예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알렸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의 경고를 받아들여 서둘러 우라늄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원자폭탄 생산을 위한 '맨해튼프로젝트'를 체계화하도록 지시했던 것입니다. 페르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42년, 시카고대학교 지하 실험실에서 자동 핵연쇄반응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인류 역사상 최초의 원자력 시대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시카고대학교는 노벨상 수상자를 특히 많이 배출한 학교기도 합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시카고대학교 웹사이트에 의하면 2018년 기준 91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졸업생과 교수진 중에서 배출됐으며, 현재 6명의 노벨상 수상 교수가 강의하고 있습니다. 29명이 물리학, 30명이 경제학, 16명이 화학, 12명이 의학, 3명이 문학, 1명이 평화 부문에서 수상한 것을 보면 시카고대학은 물리학, 화학,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학 분야에서의 활약이 특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카고대학교는 전통적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순수 학문을 지향하다 보니, 공부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시카고대학교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다른 대학에서는 3년이면 가능한 박사 과정이 시카고 대학에서는 훨씬 더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곤 하는데요. 하지만 워낙 양질의 교육을 추구하다 보니 순수 정통 학자들을 특히 많이 배출하는 학교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네, 지성의 산실 미국 대학을 찾아서, 약속했던 시간이 다 됐네요.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시카고대학교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좀 더 전해드리겠고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