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법당국, 대북제재 위반에 민·형사 조치 8건...더 늘어날 수도

지난해 9월 미국 법무부 트레이시 윌키슨 검사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국적자 박진혁을 과거 소니 영화사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공개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해 미 법원에 계류 중인 민·형사상 조치는 8건에 달합니다. 대북 제재 문제에 미 사법 당국이 관여하는 건 최근 몇 년 새 두드러진 현상인데, 관련 수사가 더 이뤄지고 있어 숫자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단둥훙샹산업개발(단둥훙샹)과 이 회사의 마샤오훙 대표 등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미 사법 당국의 최근 조치는 북한과 관련해 미 정부가 취한 3번째 형사 기소 사례입니다.

단둥훙샹의 제재 위반 행위는 주로 북한과 중국 사이에 이뤄졌지만, 미국 달러화가 거래됐다는 이유로 미 연방수사국(FBI) 차원의 수사가 이뤄졌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 뉴저지 연방검찰이 대배심에 이들을 넘긴 겁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이 미 법정에 선다면 각각 최고 45년의 실형과 175만 달러의 벌금형을 부과 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해 2월 싱가포르 국적자 탄위벵을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형사 기소한 뒤, 같은 해 10월 탄위벵의 얼굴이 담긴 FBI 수배전단을 공개했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탄위벵은 북한 정부와 각종 계약을 맺은 뒤 실제로 현금을 북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국적자가 기소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사이버 범죄에 연루돼 미 FBI의 수배 대상에 오른 북한 국적자 박진혁입니다.

지난해 6월 기소된 박진혁은 ‘소니영화사’와 방글라데시 금융기관, 랜섬웨어인 ‘워너크라이’ 등 다수의 해킹 공격에 연루됐는데, 이런 내용은 179쪽에 달하는 기소장에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기소는 사실상 지난해부터 본격화 됐습니다.

과거에는 재무부와 국무부가 제재 대상을 지정하고, 유엔 안보리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해외여행을 막는 조치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법무부가 전면에서 제재 이행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FBI와 미 연방검찰의 역할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통상 FBI 등은 미국 내 사건을 맡지만, 3건의 사건은 미 금융망이 이용되고, 북한 해커 사례처럼 미국 기업 등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 때문에 해외 사건임에도 FBI와 미 검찰이 직접 나선 겁니다.

또 해외에서 사건이 발생한 만큼 최초 사건을 담당한 FBI와 검찰의 소재지에 따라 기소 지역이 결정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둥훙샹 사건의 경우 뉴저지에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탄위벵과 박진혁의 사건은 각각 미 뉴욕 남부와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이 맡고 있습니다.

형사 기소 외에도 미 검찰이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최근의 특징적인 현상입니다.

현재 미 법원에 계류 중인 대북 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자산 몰수 소송은 총 5건인데, 이들 모두 민사 법원에 소장이 접수된 상태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몰수 소송입니다.

지난 5월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약 1년 간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돼 있던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자산 몰수를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북한 석탄을 운반해 국제사회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지만, 미국 달러를 이용해 선박을 수리했다는 이유 또한 소장에 명시됐습니다.

그밖에 북한 은행들과 거래를 한 혐의를 받았던 익명의 싱가포르 소재 기업과 중국 기업인 ‘에이펙스 초이스’, ‘위안이 우드’ 등은 지난해 11월 미 연방 검찰로부터 몰수 소송을 당했습니다.

2017년 8월엔 단둥 즈청금속회사와 이 회사의 소유주 치유펑이 거래한 약 408만 달러에 대한 자금 몰수 소송이 제기됐고, 비슷한 시점 미 검찰은 싱가포르 회사인 ‘벨머 매니지먼트’와 ‘트랜스애틀랜틱 파트너스’ 등의 자금 몰수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형사 기소된 마샤오훙 등의 경우 이미 3년 전인 2016년 민사 몰수 소송에 피소돼, 중국 내 25개 계좌가 몰수 대상으로 지목됐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액수가 드러난 소송 액수를 합칠 경우 전체 몰수 금액은 최소 1천424만 달러에 이릅니다.

다만 대부분의 피고소인들이 미 사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실제로 미 정부가 자산을 압류한 경우는 매우 드문 상황입니다.

현재 미 정부가 몰수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착수한 건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최근 미 법원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매각하겠다는 미 검찰과 오토 웜비어 가족의 요청을 허가한 바 있습니다.

또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북한과의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은행 3곳에 대해, 대배심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 다른 대북 제재 위반 사례가 대배심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 사례 외에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까지 고려한다면 미국 정부의 민, 형사상 조치는 8건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