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금 “북한 결핵약 부족 우려 인지...지원 재개 검토”

북한 평양 결핵 병원의 환자들. (자료사진)

지난해 대북 지원을 중단했던 세계기금이 지원 재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기금으로 가능했던 결핵치료제 부족 사태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이 지난해 6월 북한 사업을 중단한 이래 많은 국제 구호단체들이 북한 내 결핵 비상사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계기금 자금으로 구매한 결핵약이 내년 6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결핵 치료를 위해서는 완치까지 6개월가량 중단없이 약을 먹어야 하는데, 이를 일시 중단하면 결핵균이 재발하고, 내성이 생길 우려가 제기됩니다.

세계기금의 세스 페이존 대변인은 5일 VOA에 “북한 내 결핵약과 관련한 우려를 알고 있고, 시점의 중요성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새로운 지원을 시작할 가능성과 관련한 여러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존 대변인은 북한 특유의 사업운영 환경이 이사회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지 못해 지난해 대북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 자원 배치와 지원금의 효율성에 대한 보장과 위험관리 수준이 미흡했다는 것입니다.

페이존 대변인은 “지원 현장에 대한 접근과 독자적인 검증 등 올해 북한 내 운영 조건이 개선되면, 새로운 지원금 승인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기금은 여전히 북한 주민들의 건강을 지원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은 북한에 비축돼 있는 세계기금의 결핵치료제 재고가 내년 6월이면 바닥 나고, 앞으로 2개월 안에 새로운 치료제를 주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 제재로 북한 내 물자 반입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했던 유진벨 재단도 북한 내 ‘항결핵제 공백’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 NCNK도 북한의 인도주의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현안은 세계기금의 철수로 인한 결핵치료약 소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스위스개발협력처 SDC 평양사무소장으로 북한에 5년 상주했던 코에이드 (KorAid)의 카타리나 젤웨거 대표는 세계기금의 지원 중단 이후 북한에서 결핵이 확산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북한 내 결핵환자는 13만 명에 달하며, 이 중 5천명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환자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