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미 국방장관 방한… “미-한 동맹 굳건, 미-북 대화 조속한 재개 기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미-한 동맹의 굳건함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9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6월 말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역사적 사건으로 두 나라 대화가 지속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며, 미-북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미-한 동맹이 더 공고해지고 있는 만큼 미-북 비핵화 협상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에스퍼 장관은 9일 오전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미-한 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모든 약속에 대한 진전을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이를 때까지 우방국들과 함께 유엔 안보리 제재를 단호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에스퍼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미-한 동맹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외교부 측은 에스퍼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할 것이라며, 이미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몫을 정하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이 아직 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양국 간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미-한 동맹 현안이 우선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국방부 장관이니까 일단 북한 문제에 대해서 핵심적으로 이야기를 했겠죠. 의제는 많이 갖고 왔을 텐데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방사포를 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 당국의 평가, 이에 대한 대응 등이 핵심 주제가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한 동맹 현안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내용이 에스퍼 장관을 통해 한국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입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트위터를 통해 현재 한국이 부담하는 액수의 5배에 가까운 방위비 분담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에스퍼 국방장관으로서는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구체적인 액수를 전달하지 않았을지라도 방위비 분담에 있어서 한국의 기여 더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역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당시 관련 언급이 시작된 만큼 이번에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한-일 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미-한-일 안보 협력 문제 역시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입니다.

[녹취: 김홍균 전 본부장] “한-미-일 안보 협력 문제를 다루겠죠. 특히 한-일 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계속 견지해야 한다는 미국이 벌써 공개적인 입장을 밝혔으니까 그것에 대한 강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많고 현재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서 한-일 간에 상황을 더 악화하지 않고 특히 북한, 중국에 대응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은 굳건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에 대해 최강 부원장은 에스퍼 장관의 방한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특별한 계기 마련은 쉽지 않을 거라며, 적어도 한-일 간 안보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는 기본 틀과 이에 대한 일본의 유화 자세를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을 거쳐 8일 한국에 도착한 에스퍼 장관은 1박 2일 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9일 오후 출국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