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북한, 엿새 만에 또 발사체 발사… “군사분계선 근접한 도발, 강도 높인 대남 압박”

북한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이 엿새 만에 또다시 동해상으로 발사체 두 발을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북한의 이같은 행위 중단을 촉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격 지점에 주목하며 한국을 겨냥해 강도를 높인 무력시위로 풀이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6일 오전 8시 1분과 16분쯤, 두 차례에 걸쳐 강원도 통천 북방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발사체의 정점 고도는 30km, 비행거리는 230km, 최대 속도는 마하 6.1 이상으로 탐지했습니다.

합참은 미-한 정보당국이 정확한 제원을 정밀분석하고 있으며, 한국 군은 관련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 등을 고려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를 특정하기에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발사한 무기체계와 유사하냐는 질문에도 정밀분석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정점 고도와 비행거리만을 고려하면, 북한이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 발사했다고 주장한 신형 대구경 조정 방사포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들 발사체의 고도는 각각 30km와 20km, 비행거리는 250km와 220km였습니다.

이번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지난 10일 이후 엿새 만이며,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에는 6번 째, 올 들어서는 8번 째입니다.

청와대는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직후인 16일 오전 9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날 회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으며, 국가지도통신망을 이용한 화상회의로 이뤄졌습니다.

청와대는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이에 따른 한반도의 전반적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린 배경과 관련해, 미-한 훈련에 대한 반발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한 연합지휘소훈련을 이유로 단거리 발사체를 연이어 발사하는 행위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발사체의 세부 제원 등에 대해서는 미-한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상임위원들은 한국 군이 주도하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한 연합지휘소훈련을 통해 어떠한 군사적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 역시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그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VOA에, 북한이 군사분계선 가까이로 내려와 발사체를 발사한 데 주목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군사분야 합의서의 내용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거든요. 실험과 훈련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 범위 내에 들어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이렇게 군사분계선에 가깝게 내려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정부를 더 압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신 센터장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신형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 배경은 어디서든 사격할 수 있다는 것과,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사격 장소인 통천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여 km 떨어진 곳으로 9.19 군사합의에서 약속한 해상 적대행위 금지 구역에 해당합니다.

또 통천군 일부는 지난 2011년 북한이 발표한 ‘금강산 국제관광특구’에 포함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신 센터장은 미-한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는 직접 협상에 나서려는 가운데, 한국에는 미국과의 훈련 중단, 통 큰 대북 경제지원 등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압박하려 한다는 겁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미 연합훈련 하지 말아라, 한국 군 전력 증강하지 말아라, 그리고 유엔 제재 깨고 북한과 경제협력 해라, 이건 무슨 말이냐면 한반도의 주인공은 북한이니까, 북한이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들이고, 자기 말을 따르라는 것이거든요.”

신 센터장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맹비난한 것을 상기시키며, 북한의 주장을 따라서는 안 되며 장기적으로 한국이 원하는 것을 북한이 수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반발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조성렬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성렬 자문연구위원] “북한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한-미 군사훈련과 첨단무기 도입이죠. ‘국방중기계획’에서도 최신 무기를 계속 도입하겠다고 했고, 또 (북한과) 대화하면서도 우리 국방비가 지난 정부보다도 더 증액된 이런 형태거든요.”

앞서 한국 국방부는 전투기가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항공모함 수준의 다목적 대형 수송함과 지상 화력전을 지원하는 합동화력함 건조 계획 등을 담은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내년부터 5년 간 미화 2천 34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비 투입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양보도 얻어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자문연구위원] “적어도 문재인 정부와는 당분간, 그러니까 결국은 북-미 관계가 풀려야 남북대화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고요.”

미국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도출해 내야 한국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우선시 하는 한국과 대화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보는 것 같다고 조 위원은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