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로호 승조원, 재판부에 궐석판결 요구...“북 테러지원국 지정 시점 문제 없어”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 당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과 가족들이 재판부에 ‘궐석판결’을 요구하며, 이를 뒷받침할 주장이 담긴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승조원들이 북한의 테러로 인한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푸에블로 호 승조원의 변호인이 14일 법원에 제출한 20쪽 분량의 문서에는 재판부가 제기한 의문들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을 소송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외국주권 면제법(FSIA)’ 적용 대상이며, 이로 인해 궐석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승조원과 가족들의 변호인에게 이번 소송과 ‘외국주권 면제법’의 연관성 여부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특히 푸에블로 호 나포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기 한참 이전인 1968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소송에 대한 법적 근거를 변호인이 설명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대해서는 ‘외국주권 면제법’에 의거해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2008년 해제했으며,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이 발생한 2017년 다시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변호인은 푸에블로 호 사건이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 연설에서푸에블로 호 사건을 북한의 테러사건 중 하나로 거론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휴전 이후 미국인과 한국인을 수없이 공격했다며 푸에블로 호를 언급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se attacks have included the capture and torture of the brave American soldiers of the USS Pueblo, repeated assaults on American helicopters, and the 1969 drowning [downing] of a U.S. surveillance plane that killed 31 American servicemen...”

북한의 공격에는 푸에블로 호의 미군 승조원들을 억류해 고문한 사건과, 미 헬기에 대한 반복적인 공격, 그리고 1969년 미 정찰기를 격추시켜 31명의 병사를 사망하게 한 사건 등이 포함된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2주 뒤 백악관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연설을 통해 푸에블로 호 사건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의 배경이 됐음을 알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변호인은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단일 사건이 아닌 여러 사건들을 고려해 이뤄진다며, 푸에블로 호를 비롯한 다른 관련 사건들이 종합적으로 지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토대로 궐석판결을 내릴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궐석판결은 피고소인이 재판에 응하지 않을 때 공방 없이 판결이 내려지는 것으로, 통상 원고가 승소합니다.

오토 웜비어의 소송 역시 궐석재판으로 진행됐었습니다.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은 지난해 2월 납북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이 북한 측에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승조원 49명과 가족 91명, 그리고 사망한 승조원의 유족 32 명 등 172명입니다.

승조원들은 소장에서 1968년 1월23일 북한에 납북돼 약 344일을 억류 상태로 머물면서 고문과 구타 등의 피해를 입었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경우 승조원과 가족들에게는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2~3년 단위로 신청을 받는 테러지원국 피해기금의 마감일은 다음달 13일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