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이 연루된 이른바 '국정농단'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이탈리아 의회 1당인 오성운동이 최대 야당인 민주당(PD)과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앞서 사임을 표명했던 주세페 콘테 총리는 새 연정의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한국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부른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한국 대법원이 29일,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 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진행자) '국정농단' 사건, 어떤 일인지 잠깐 짚어주시죠.
기자) 네, 지난 2016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40년 가까이 지낸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비밀리에 실세 노릇을 하며 각종 비위 행위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불법 의혹이 있더라도 최순실 씨 등 다른 사람들이 주도했으며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거나, 일부 의혹 사항에 관여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수사본부까지 구성됐죠?
기자) 맞습니다. 특검 팀은 약 석 달간의 수사를 펼친 끝에 2017년 3월, 삼성그룹과 최순실 씨 간 뇌물 거래 등 대부분 혐의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모한 것으로 결론 지었는데요. 결국 한국 국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청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직위에서 탄핵됐습니다.
진행자) 벌써 3년째 재판이 진행 중인데, 핵심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습니까?
기자) 대통령 탄핵까지 불러올 만큼 사건이 굉장히 복잡하고 범위가 큰데요. 몇 가지 주요 혐의만 정리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 공모해 뇌물 수수와 기밀유출죄를 비롯한 10여 개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 원(미화 3천870만 달러)의 뇌물 수수, 최 씨가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한 '미르· K스포츠 재단'을 위해 주요 기업들로부터 774억 원(미화 6천920만 달러) 강제 모금,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와 정부 내 기밀문건 유출 등입니다.
진행자) 지난 재판에서는 이들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습니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에서는 징역 24년 형과 벌금형이 선고됐는데요. 2심에서는 징역 25년으로 형량이 늘었습니다. 최순실 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 형이 선고됐는데요. 지난해 2월 열린 2심 재판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20년 형이 선고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는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는데요. 2심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깨고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이유가 뭔가요?
기자) 우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해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2심 판결은 왜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2심에서는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독일의 회사와 계약을 맺으며 지불한 36억 원을 뇌물로 인정했는데요. 반면, 말 3마리의 구입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말 구입금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 청탁의 대가로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최순실 씨에 대한 재판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다고요.
기자) 네, 한국 대법원은 최순실 씨가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강요죄로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고 판단해, 강요죄 유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이 잘못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다시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기자)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범죄 혐의를 한데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 선고할 경우, 일반적으로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도 뇌물 혐의가 늘고, 횡령액이 증가한 만큼 징역형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 법조계에서는 이들의 파기환송심 심리가 선고까지 길면 1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탈리아가 새로운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군요.
진행자) 네, 이탈리아 의회의 제1당인 '오성운동'과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29일,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동맹당'이 이달 초,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의 연정 해체를 전격 선언하며 혼란에 달했던 이탈리아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진행자) 새 연정의 총리는 누가 맡게 됩니까?
기자)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앞서 사임을 표했던 주세페 콘테 총리를 새 연정의 총리로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29일, 콘테 총리와 만나 차기 내각 구성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진행자) 콘테 총리가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군요.
기자) 네, 콘테 총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두 정당과 협의해 조만간 내각 구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서 다시 중추적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콘테 총리는 또, 연정 붕괴를 이끈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를 언급하면서, 하지만 새 정부는 "누군가에 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콘테 총리에 대한 신임을 보였다고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과 콘테 총리는 최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회동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콘테 총리가 G7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사랑과 능력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 총리로 유임되길 바란다고 적었는데요. 디마이오 부총리는 이날(29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언급하며 "우리가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은 앞서 왜 오성운동과 연정 해체를 선언한 겁니까?
기자) 오성운동과 정책상 견해차를 좁힐 방법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지난해 총선을 치른 후 3개월 만에 연정 구성에 합의했는데요. 당시 서유럽에서는 최초로 대중영합주의,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려 섞인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두 정당이 워낙 주요 정책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이미 붕괴는 어느 정도 예견됐는데요. 두 정당은 유럽연합(EU)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유럽연합과의 관계 설정이나 세금 감면, 사법개혁 등 국가 핵심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대립해왔습니다.
진행자) 가장 큰 갈등 요인의 하나가 고속철 건설사업이죠?
기자) 맞습니다. 동맹은 이탈리아 경제 발전을 위한 명목으로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토리노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오성운동은 환경 문제 등을 들어 강력히 반대하며 갈등이 더 고조됐습니다. 새 연립정부는 출범과 함께 고속철도 사업을 백지화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연정이 해체되면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면서 조기 총선 가능성은 적어졌습니다. 콘테 총리는 앞으로 오성운동, 민주당과 협의 후 내각을 구성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극우 성향의 오성운동과 중도좌파인 민주당의 새 연정도 오성운동과 동맹의 행보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완전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무장 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이 최종 합의를 이루더라도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수를 줄이긴 하겠지만, 완전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폭스 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고, 주둔 규모가 현저히 줄더라도 여전히 높은 정보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주둔 미군을 어느 정도나 줄이게 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8천600명까지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수는 약 1만4천 명인데요. 주로 대테러 임무와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에 앞서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 협상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왔었죠?
기자) 맞습니다. 탈레반은 28일 미국 대표단과의 최종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의 대외창구인 카타르 도하 주재 정치사무소 대변인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대신,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가 테러 분자들의 은신처가 되지 않을 것에 약속하는 것이 합의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은 그러면서 아프간을 위한 좋은 소식이 곧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탈레반은 합의를 통해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기대하는 거군요?
기자) 네. 탈레반이 이런 발표를 내어놓자 미 국방 당국은 아프간에서의 전면 철수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28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대테러 병력을 남겨두지 않고 전원 철수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철수(withdraw)”라는 단어는 당장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철수라는 단어를 쓰기엔 시기상조라며 현재 아프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아프간군이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앞으로 아프간의 안보 환경이 변한다면 그때 미군의 위치도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을 계속 줄이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아프간에서 철군해 미국의 가장 오래된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지난달 말,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내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의 감축을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던포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여건을 반영한 감축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감축이나 철군은 없을 것을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탈레반과 갈등을 빚어온 게 거의 20년 가까이 되죠?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무장 단체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요구를 아프간 정부가 거부하자 아프간을 침공했습니다. 이른바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거죠. 당시 집권 세력이었던 탈레반은 축출된 후 현재 반군 세력으로 남아 아프간 정부군과 내전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미군과 나토(NATO) 군이 아프간 정부군을 도와 대테러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이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1년 전부터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지난주에 도하에서 9차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양측의 반응이 나오면서 아프간 전쟁 종식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요.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는 도하에서 협상을 끝낸 후 협상 결과를 아프간 지도자들과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아프간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