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9.19 평양 공동선언 1주년...“대북 잠정적 합의 추진해야”

지난해 9월 19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뮈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후 선언문을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이 9.19 공동선언을 채택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이를 통해 남북 간 불신이 해소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길 기대했지만, 비핵화 협상은 멈춰 섰고, 남북관계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 핵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시작 단계로 잠정적 합의에 우선 집중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 입니다.

서호 한국 통일부 차관은 미-북 협상 교착으로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재개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서 차관은 18일, ‘9.19 평양 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 축사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2020 올림픽 공동 참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과 북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이어 평양 공동선언에도 남북이 협력해야 할 다방면의 합의서가 담겨 있었다며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습니다.

[녹취: 서호 차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도 비무장화를 마치고 남북 간 자유 왕래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접경 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 전쟁 없는 한반도 실현에 성큼 다가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그러면서 북한이 9월 하순 미-북 협상 재개 용의를 밝혔다며, 미국과 북한이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9.19 공동선언 합의문 가운데 군사협약은 우발적 무력 충돌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합의된 만큼 높이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알렉산드라 벨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정책국장은 남북 군사 합의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와 함께 성공적인 합의 이행을 위한 세부사항이 포함돼, 당시 많은 사람이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한 실질적 성과가 도출되길 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심지어 상황은 퇴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벨 국장] “Unfortunately, we have seen little progress and perhaps even some regression. Relations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have been in a worse state in recent times, but they are by no means ideal. The nuclear and missile facilities at Yongbyun and Dongchangri are intact.”

영변 핵 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시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미국의 상응 조치가 먼저 제공되지 않으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벨 국장은 더구나 최근 북한은 10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이는 좌절과 불신을 키웠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남북 군사 합의와 북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해 단기적으로 달성 가능한 명확한 조치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령, 협상자들이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과 설비 가운데 어느 것을 검증할 것인지와 검증 기간에 대한 합의에 집중한 후 실제 사찰 수행에 합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신뢰 구축과 투명성 조치, 군축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 대화를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군사 합의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외교와 군사, 과학 분야의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모든 수준에서의 의사소통을 정례화해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변화가 있어도 관련 프로세스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정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벨 국장] “If the goals of the Inter-Korean Military agreement are to be achieved, diplomatic, military and scientific communication must be continued and expanded.”

리언 시갈 사회과학연구회 동북아협력안보국장은 협정이 종이 조각이 되지 않으려면 더욱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3자 또는 4자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결과적으로 6자 안보회의를 설립해 법적 구속력을 만들면 다자간 비핵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남북 군사 합의를 이행하고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의 무기와 관련한 국제 협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비롯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생무기금지협약 등의 국제적 법적 대화에 북한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이 이달 말 실무 협상 재개를 제안한 만큼, 멈춰선 북 핵 협상을 진전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는 최종 목표가 아닌 시작 단계로 일정한 동결 수준의 단기적 목표 합의에 우선 집중하는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분열 물질의 실험과 수출, 생산을 주요 골자로 하는 중간 단계의 잠정적 합의로 일단 핵과 미사일 역량으로만 제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 원료 물질량과 핵무기 규모까지 함께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인혼 전 차관보의 설명입니다.

[녹취: 아인혼 전 차관보] “An interim agreement should cover North Korean testing, exports, and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아인혼 전 차관보는 이어 핵실험 관련 조항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준수로, 미사일 실험 관련 조항은 현재 ICBM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약속을 넘어서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단거리 미사일도 일부 금지돼야 하며, ICBM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 시험발사도 금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잠정적 합의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을 알지만 이를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와 비교하지 말고, 북한과 합의가 없을 경우 남는 선택지와 비교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차관보] “North Korea would be free to expand and improve its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putting the US and its allies at much greater risk.”

협상이 실패해 대북 압박과 봉쇄로 이어지면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켜 군사적 대립에 나설 것이며, 핵과 미사일 역량을 더욱 확대해 미국과 동맹국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이어 북한이 잠정적 합의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이 핵 역량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까지는 보상을 제공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잠정적 합의를 넘어 비핵화 길로 나가도록 압박하려면 대북 제재 등의 지렛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만, 아인혼 전 차관보는 북한의 핵 역량을 약화하고 강도 높은 검증 조치를 잠정적 합의에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 수준의 인센티브로 미-북 간 연락사무소 설치, 특정 남북 경협 프로그램, 한국전쟁 종전 선언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