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 군사작전 재개 필요 없어"...홍콩 송환법 공식 철회

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이 지난 22일 터키 국경과 인접한 시리아 탈 아브야드(Tal Abyad) 마을을 지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터키와 러시아가 시리아 국경 문제에 합의했습니다. 터키는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재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를 촉발한 '송환법'이 공식 철회됐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과 탈레반이 만나는 평화 협상이 다음주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데요. 관련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터키와 시리아 사태 소식부터 살펴보죠. 터키와 러시아가 시리아 국경 문제에 합의했다고요.

기자) 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최근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논의하고 시리아 국경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날 6시간 넘게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의 합의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합의됐습니까?

기자) 주요 내용만 추려보면,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 접경지대 마을인 '라스알아인'에서 '탈아브야드'에 이르는 길이 120km, 폭 32km 지역을 관리하게 됩니다. 시리아는 이른바 이 '안전지대'에 자국 내 시리아 난민 300만 명 중 약 100만 명을 수용 관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은 또 국경 지대의 나머지 지역을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이 통제 관할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이미 러시아군은 미군이 빠져나간 시리아 북부 만비즈 지역 인근에 병력을 배치하고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가 왜 터키와의 협상에 나선 겁니까?

기자) 러시아는 터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이란 등 몇 안 되는데요. 터키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에 나서자 러시아는 시리아의 국토와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터키의 군사공세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간 회담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후 향후 군사작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최근 시리아-터키 사태를 전하면서 미국이 빠져나간 공백을 러시아가 메꾸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러시아와 터키 관계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최근 양국은 국방 분야를 비롯한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터키에 러시아제 S-400 도입을 반대하며 미국산 최신예 전투기 F-35 판매를 금지하는 등 압력을 가했는데요. 하지만 터키는 러시아산 방공미사일 시스템 도입을 강행했고요. 최근 2차분 인도까지 마쳤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터키와 러시아가 시리아 국경 문제에 합의한 건데요. 그동안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있던 '시리아민주군'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은 지난 17일, 미국의 중재로 닷새간 휴전에 합의하고 120시간 안에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했었는데요. 터키 국방부는 23일, 쿠르드족이 이른바 안전지대에서 철수를 완료했다고 미국 측이 알려왔다고 밝히면서, 이에 따라 추가 군사작전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2주 간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감돌던 군사적 긴장 상황은 일단 수그러드는 모양새군요.

기자) 네, 터키 정부는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이른바 '평화의 샘'이라는 군사작전을 전격 단행했습니다. 터키 정부가 테러조직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YPG 소탕 작전을 위해서였는데요. 이에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작전 계획을 먼저 알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터키 군사작전을 지지하지도 개입하지도 않을 거라면서 작전이 펼쳐질 인근 지역 소수 미군 철수를 명령했습니다. 이 명령은 미국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공식 석상이나, 개인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연일 자신의 결정을 강력히 옹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위터에, 군사작전은 종료됐고 쿠르드족은 안전해졌으며, 터키와 시리아 국경에 안전지대가 만들어졌다며 큰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분쟁과 관련한 성명도 발표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터키 정부가 시리아에서 전투와 공격을 중단하고 영구적으로 휴전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며,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난 14일 터키에 부과했던 제재를 철회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전 지대 보호를 위해 적은 수의 일부 병력은 시리아에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시리아 주둔 미군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최근까지 1천여 명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로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터키가 군사작전을 개시하면서 이 중 300명은 시리아 남부 지대로 이동 배치했고요. 나머지 700명은 이라크 서부 지역으로 이동 배치한다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이번주 아프간 방문길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군 재배치는 이라크 쪽에서도 합의한 건가요?

기자) 이라크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라크 군은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시리아에서 철수한 미군들에 대해 이라크 주둔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에스퍼 장관의 말과 다른 것 아닙니까?

기자) 이라크군 측은 미군이 이라크를 통과해 이라크 밖으로 나갈 것으로 보고 승인했을 뿐, 철수한 미군이 이라크 영토에 주둔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에스퍼 국방장관이 23일 이라크를 급히 방문했는데요. 나쟈 알샴마리 이라크 국방장관은 에스퍼 장관과의 회담 후 미군은 이라크를 잠시 경유하는 것이며, 4주 후 이라크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일 홍콩에서 송환법 공식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홍콩 당국이 논란 많은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 정부가 23일 범죄인 인도법, 이른바 '송환법' 개정안을 공식 철회했습니다. 범죄인 인도법은 지금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를 촉발한 계기가 된 법안입니다.

진행자) 법안에 무슨 내용을 담겨 있길래 논란이 된 건가요?

기자) 중국이나 타이완,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나 지역에 대해서도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겁니다. 홍콩 당국은 현행 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안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홍콩 시민사회에서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형사 용의자는 물론이고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범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시위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지금 넉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지난 6월 중순 홍콩의 의회격인 입법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는데요. 1백만 명 넘는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은 물론 인근 지역을 점령하고 격렬히 시위하면서 표결 자체가 무산됐습니다. 이후 시위대는 주말마다 시위를 벌였고요. 이제는 주중에도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위로 인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네,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쏴 14세, 18세 학생이 다치는 일도 있었고요. 또 인도네시아 출신 기자는 경찰의 고무총에 맞아 한 쪽 눈이 실명됐습니다. 홍콩 당국은 시민들의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복면금지법도 발동했는데요. 시위대가 공공장소나 집회에서 마스크나 복면을 쓰지 못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많은 시위자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당국에 체포된 사람들도 많겠군요.

기자) 네, 10월 10일 현재까지 2천300명 넘게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포된 사람들은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합니다. `블름버그' 통신은 홍콩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10월 1일 기준, 이 때까지 사용된 최루탄이 4천 발 이상, 고무탄은 1천700발 이상 시위 진압에 사용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시위대의 요구는 뭔가요?

기자) 다섯 가지 사항을 요구 조건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송환법 완전 철폐, 지금까지 체포된 사람들 전원 석방, 홍콩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사과입니다. 시위대는 요구 조건이 모두 수용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홍콩 시위 사태를 촉발한 결정적 계기가 된 범죄인이 석방됐군요.

기자) 네, 챤퉁카이라는 사람이 23일 홍콩 교도소에서 출소했습니다. 챤퉁카이는 홍콩 주민으로, 지난해 여자 친구와 타이완에 놀러갔다가 그 곳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왔는데요. '속지주의'정책을 취하고 있는 홍콩은 영외 밖에서 발생한 범죄는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홍콩 당국은 법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며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나섰다가 지금의 사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남성의 신병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이 남성은 최근 타이완에서 살인죄에 대한 복역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따라 홍콩은 타이완 정부에 이 남성의 신병을 인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공식적인 사법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는데요. 22일 입장을 바꿔, 챤퉁카이의 신병을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홍콩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남성은 23일 18개월 만에 석방된 겁니다.

탈레반 협상단이 지난 3일 파키스탄 외교부를 방문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내부 정파 간 평화 협상이 곧 열릴 예정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하일 샤인 탈레반 대변인은 오는 28일과 29일 중국에서 아프간 주요 인사들과 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습니다. 아프간 정부도 23일 관련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평화 협상이 중국에서 열린다는 것이 눈길을 끄네요.

기자) 네, 중국은 서쪽으로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요. 아프간 내부 안정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달에는 탈레반 대표단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정부 당국자들과 아프간 현안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샤인 탈레반 대변인은 22일 인터넷 트위터에, 중국이 아프간 정파 간 평화 협상에 탈레반 대표단을 초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정파 간 평화 협상이 이번에 처음 열리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아프간 정파 간 평화협상(Intra-Afghan dialog)은 아프간 분쟁 당사자들 간의 화해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협상인데요. 지난 7월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정부 측과 탈레반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전까지 아프가니스탄 반정부 무장조직인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앞잡이라며 직접 대화를 거부한 채 미국과만 대화했었습니다.

진행자) 지난 7월 회담에서는 성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있었습니다. 당시 양측은 아프간 민간인들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또 18년째 계속되고 있는 내전 사태를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가 참여한 평화 협상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후 3개월 만에 양측이 다시 협상하게 된 건데, 그럼 미국과 탈레반의 협상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전쟁인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지난 1년여 간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평화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초 현지 주둔 미군 가운데 약 5천400명을 철수하고, 탈레반 측은 아프간이 테러분자들의 은신처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정안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협정안 서명을 앞두고 틀어졌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지도자들과 비밀 회동을 하려 했는데요. 회동 바로 전날 탈레반이 미군을 포함해 12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폭탄 공격을 자행하자 협상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협상은 “죽었다”고 밝히고,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의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기자)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지난주 아프간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평화 협상을 하는 것이라며,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1만4천 명에서 8천600명으로 줄일 수 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대한 대응이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특사도 이달 초 파키스탄에서 탈레반 측 협상 최고대표와 회동하는 등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 협상이 재개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다음주 열리는 아프간 내부 정파 협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아프간 평화 협상을 지지하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회담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프간 정부 대변인은 아프간 평화 협상을 돕기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며, 이번 만남이 추가 회담으로 가는 길을 열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