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일부 철수...브릭스 정상회의 '다자주의' 강조

15일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홍콩과학기술대학교 도로에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시위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혼란 제압이 홍콩 당국의 가장 시급한 임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콩 시위대는 봉쇄했던 일부 도로를 개방하며 한결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습니다. 중국이 약 5년 만에 미국산 가금육 수입 제한을 해제했는데요. 관련 소식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홍콩 시위 상황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홍콩 경찰이 지난 11일 시위자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면서 촉발된 평일 시위가 15일로 닷새째 이어졌는데요. 지난 며칠간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상황이 조금 잦아드는 양상이라고 'AP' 통신 등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위대가 일부 지역에서는 부분 철수하는 모습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홍콩대학, 중문대학, 홍콩과학기술대학교 등 대학교를 점령하고 경찰과 대치했던 시위대는 15일, 교정 곳곳에 설치했던 보도블록이나 바리케이드 등을 철거하고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시위대가 왜 갑자기 철수하는 건가요?

기자) 시위대는 이날(15일) 새벽 3시에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는데요. 노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선의를 보이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복면 복장의 한 시위자는 "우리의 상대는 홍콩 정부이지 시민들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시위대의 이런 행동 변화는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되면서 시위대를 향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며칠간의 시위로 대중교통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위대가 도로 곳곳에 벽돌을 쌓아놓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버스 운행에 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시위대는 또 지하철 선로에도 돌이나 화염병을 던져 노선 운행을 방해했는데요. 15일에도 대중교통 방해에 나서 상당수 버스와 지하철 노선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시위대가 조직적으로 대중교통 방해에 나서 홍콩의 교통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켰던 것에 비하면 강도가 꽤 줄었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시위대가 철수하면서 요구한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다음 주 24일로 예정된 구의원 선거를 예정대로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홍콩 정부는 폭력적인 시위로 유권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선거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사태로 친중국파 진영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24시간 안에 홍콩 당국이 자신들의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다시 도로를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홍콩 시위가 5개월이 넘어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주 한 대학생이 시위에 참가했다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는데요. 5개월 넘는 시위 중 첫 사망자였습니다. 두 번째 사망자도 나왔는데요. 이번 주 휴대전화기로 시위 현장을 찍다 날아온 벽돌에 맞아 다친 70대 남성이 14일 밤 사망했습니다. 홍콩 경찰은 이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는 홍콩 법무장관이 시위대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테레사 청 홍콩 법무장관이 15일, 영국 런던을 방문했는데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수십 명의 시위자들이 테레사 청 법무장관을 둘러싸고 비난과 야유를 쏟아냈습니다. 청 장관은 땅바닥에 쓰러졌는데요. 시위대들이 밀쳐 쓰러진 것인지, 몸싸움 끝에 넘어진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청 장관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측근으로, 홍콩 시위 사태를 촉발한 송환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했던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이제 해외에서도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홍콩 사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1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했는데요. 이곳에서 홍콩 시위대가 폭력 범죄 분자라고 비판하면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 정부의 가장 시급한 임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시 주석이 해외 순방 중 이렇게 홍콩 사태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가장 수위 높은 발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홍콩 정부의 시위대 진압이 앞으로 더 강경해질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14일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5개국 정상은 이날 회의에서 서명한 ‘브라질리아 선언’을 통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확대를 촉구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좀 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고 했는데요. 브릭스 정상회의가 브라질에서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 11회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13일과 14일 이틀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올해 브릭스 개최국인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렸는데요. 브릭스 정상들은 14일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진행자) 브릭스 정상회의, 어떤 성격의 모임인가요?

기자) 브릭스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경제국들의 영문 이름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겁니다. 지난 2009년 처음 창설됐는데요. 주로 경제와 교역 문제에 초점을 맞춰 회원국 간의 정치 경제적 협력과 문화 인적 교류 증진 등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 5개국이 전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합니다.

진행자)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그리고 자이루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면서 14일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는데요. 이들 정상은 선언문에서 무역 긴장과 정치적 불안정이 전 세계의 투자와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동 선언문에는 또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 방안과 시리아, 예멘, 리비아 사태 등 국제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브릭스 정상들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선언문에서 이들 정상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활발한 국제 교역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상들은 또 현재 다자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명백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다짐했다고 강조했는데요.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공동 선언문의 주요 내용을 낭독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모든 회원국은 일방적이고 보호주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시 주석은 폐막 연설에서, 보호주의와 개발도상국을 괴롭히는 일방주의적인 행동은 전 세계 경제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따로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는데요. 보호주의와 괴롭힘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는 국제 교역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전 세계 경제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정상들의 주요 발언도 한 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가 유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브릭스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고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화국 대통령은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베네수엘라 사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브릭스 정상들 간에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시각이 좀 다르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1년 가까이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중국과 러시아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브라질 우파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난민 약 4백만 명이 사회 혼란으로 브라질 등 이웃 국가로 피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공동 선언문에는 베네수엘라 사태나 칠레, 볼리비아 등 남미 지역 현안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의 고급 식료품점에 전시된 미국산 쇠고기.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이 미국산 가금육 수입을 재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와 중국 농업농촌부가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산 가금육 수입 제한을 해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미국산 수입을 금지한 이래 약 5년 만에 수입을 재개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왜 미국산 가금육 수입을 중단했던 겁니까?

기자) 중국은 지난 2013년~2014년 미국 일부 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2015년 1월, 미국산 가금육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습니다. 미국에선 2017년 3월 이후로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사례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고 그해 8월에 세계 동물보건기구(OIE)에 조류인플루엔자 상황 종료를 보고했는데요. 또 중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조류인플루엔자 예방과 통제 상황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중국 전문가들이 조사, 평가한 끝에 미국산 가금류의 안정성이 인정돼 수입을 재개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산 가금육 수입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기자) 정확히 어느 정도 수입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원래 중국은 미국산 가금육의 주요 소비국인데요.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수입 금지가 되기 전인 지난 2013년, 중국의 미국산 가금육 수입 규모는 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14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내고 미국산 가금육과 관련 제품에 대한 수입제한을 해제한 중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가금육이 중국으로 수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수입 재개 발표가 나온 거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16개월 동안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두 나라는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는데요.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미국은 보복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농수산물 수입 재개는 1단계 무역 합의의 주요 사안인 거군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앞서 중국의 수입 해제 발표가 나오기 이전에 미국 정부 역시 규정을 고쳐 중국산 가금육 수입 제한을 해제했는데요. 지난 8일 미 농무부는 관보를 통해 중국에서 도축된 가금육에 대한 수입을 재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이 미국산 가금육 수입을 재개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 있다고요?

기자) 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일대를 휩쓸면서 돼지고기 공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데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지금까지 수백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1년 만에 2배 가까이 상승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돼지고기 부족분을 미국산 가금육이 대신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난해 중국에서 시작된 이후 주변국으로 퍼지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베트남과 라오스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한국과 북한에서도 발병사례가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이후 추가 발병사례가 없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감염사례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 13일 중국 남서부 윈난성 지방에서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됐으며 90여 마리의 돼지가 폐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러스 출혈성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양돈산업에 치명적인 전염병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