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한에 지속적인 ‘대화 손짓’…“김정은 우선순위는 트럼프”

지난 26일 일본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났다.

북한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의사 표명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우선순위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지난 25일 아베 신조 총리와의 면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의 조기 해결을 지지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교황 면담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대를 심화하는데 매우 의미가 컸다”면서, 일본에 의한 “자주적인 조치가 중요하며, 하루 빨리 해결하기 위해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으로 행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같은 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앞서 발표한 외교청서에서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실에 반한다며,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체 조선 민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며, "침략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청산을 회피하려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한 겁니다.

아베 총리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15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안에 일본은 한국과 더불어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북한인권 결의안이 처음 채택된 2005년의 이듬해인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었습니다.

일본이 올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베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정책국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입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The door is open in Tokyo. The prime minister clearly is willing to engage with North Korea, hoping to make progress on the sensitive issues of not only the nuclear program but of course very much the issue of the Japanese citizens who are abducted.”

자누지 대표는 북한과의 대화에 관한 일본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 아베 총리는 북 핵 문제와 일본인 납북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올 3월 제네바에서 열린 4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미-북 정상회담 결과와 납치 문제 등을 둘러싼 모든 정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5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두드러졌습니다

이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일-북 대화는 미국이 반길만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There’s a role for Japan, because potentially, if Japan can make peace with North Korea, Japan has already promised they will provide a significant development assistance package to the North Korean state.”

일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일본이 북한과 평화적인 관계를 쌓을 수만 있다면, 일본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제공할 의향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아베 총리가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처음 내비친 직후, 노동당 외곽기구인 아태위원회는 “천하의 못된 짓은 다 하고 돌아가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8월 “일본은 ‘납치 문제’를 약국의 감초처럼 싸먹는 악습을 버려야 한다”며, 그동안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던 남성이 일본에서 발견된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일-북 관계 개선에 힘썼던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의 차남 가네마루 신고 씨가 이끄는 60여 명의 9월 방북도 일-북 간 경색된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북한이 같은 달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거듭 “조건 없이 마주 볼 결의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비난한 겁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논평을 통해 “우리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본의 행태는 파렴치와 몰염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과거사청산'과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없는 한 일본과의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과 북한 간 대화가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입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우선순위에서 더 높기 때문이라고 자누지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The North Korean side is focused right now mostly on the US, because they really hope President Trump will be different from his predecessors.”

북한은 현재 거의 미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는 다른 대북정책을 펴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이 일본과 대화에 나서는 상황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생기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