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대북제재 위반' 미국인 암호화폐 전문가 기소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가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북한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를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그리피스 씨가 미 국무부가 승인하지 않았음에도 지난 4월 중국을 거쳐 북한을 방문해 ‘평양 블록체인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리피스 씨는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로, 평양 회의에서 북한 당국이 사전 승인한 주제를 발표하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제재 회피와 돈세탁 방법에 대한 기술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주제 발표의 제목을 ‘블록체인과 평화’로 정한 뒤,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북한을 도울 수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과 한국의 암호화폐 교환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까지 수립했다고 검찰은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지난 28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그리피스 씨를 체포하면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적용시 그리피스 씨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버만 뉴욕주 남부법원 연방검사는 “그리피스 씨는 본인이 전달해 준 고급 기술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갈 경우 이를 통해 북한이 돈세탁을 하고 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을 알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리피스 씨의 행위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을 위태롭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스위니 쥬니어 FBI 부국장은 “북한이 돈세탁이나 암호화폐 등을 통해 얻는 자금과 기술, 정보는 결국 핵 프로그램에 투입돼 전 세계를 위험하게 한다”며, “누구에게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