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이나 휴전 합의...미 농무장관 "대중국 추가 관세 없을 듯"

9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의 중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처음으로 마주앉아 휴전을 논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회의에 참석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김현숙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휴전하고 포로를 교환하기로 9일 합의했습니다. 미국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 같다고 미 농무장관이 밝혔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가 상소 위원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는데요. 관련 내용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무력 분쟁 사태와 관련해 합의를 이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9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휴전하고 상호 포로를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는데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계속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무력 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마련된 이번 협상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참여했습니다

진행자) 회담 후에 공동 성명이 나왔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나라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에서 올해 말까지 휴전 지원을 위한 모든 필수적 조치를 이행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 협정 이행을 보장하기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합의는 또 올해 말까지 분쟁과 관련해 양국이 억류한 사람을 모두 석방해 교환하고 내년 3월까지 분쟁 지역 세 군데에서 병력을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회담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회담을 4개월 안에 다시 개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합의당사자인 양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습니까?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안에 휴전이 이행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동결된 상황’이 아니라며 이번에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4개월 후 또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밝혔습니까?

기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진전을 보였다며 이번 협상에서 제안한 것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양국 정상이 희망 섞인 기대를 보였는데, 두 사람이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네, 올해 5월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동참하는 4자회담은 지난 2016년에 시작됐습니다. 네 나라 정상은 2016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민스크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하지만 관련국들의 입장 차이로 후속 회담이 열리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회담이 열리게 된 겁니다.

진행자) ‘민스크협정’이 뭔가요?

기자)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내전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주변 지역의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충돌이 격화된 건데요. 정부군과 반군은 이듬해인 2015년 2월, 내전 상황을 멈추기로 합의하고 ‘민스크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협정 타결 뒤에도 충돌이 멈추지 않았죠?

기자) 맞습니다.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이 벌인 내전으로 지금까지 1만3천여 명이 숨졌습니다. 양국 모두 민스크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상호 비난하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과 서방측은 러시아가 민스크협정을 지키지 않고 반군의 활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러시아에 대한 각종 경제 제재를 이행 중입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였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배우 출신으로 정치계에 혜성같이 등장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너무 많은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파리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러시아에 대한 ‘조건부 항복’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회담을 프랑스가 주도해서 중재했다고요?

기자) 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의 외국 선거 개입 등에 대해선 비판하면서도 중대 국제 사안에 대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러시아와 다시 교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EU가 제재를 가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는 분쟁 종식 통해 제재 해제를 기대하고 있지만,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프랑스의 이런 행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 외무장관이 워싱턴 D.C.를 찾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국-러시아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10일 양자 회담을 가진 후 오후에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또한 라브로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만납니다.

진행자) 라브로프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게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017년에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 사항을 라브로프 장관에게 유출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은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라브로프 장관과 만나 군축 협정, 선거 보안 그리고 국방 문제 등에 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니 퍼듀 미국 농무장관.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이 이달 예정된 추가 관세 부과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이 9일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오는 15일 시한인 관세 부과가 그대로 집행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부과할 예정이었던 관세 규모가 어느 정도였죠?

기자) 미국은 15일 중국산 제품 약 1천6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예정이었습니다. 장난감과 컴퓨터, 기능형 손전화인 스마트폰 등이 부과 대상인데요. 당초 미국은 지난 10월 중국에 대한 추가 신규 관세 조처를 발표하면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미국 최대 명절의 하나인 '성탄절' 기간 미국 소비자들의 편리를 위해 12월 15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1년 넘게 이어져 오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으로 이렇게 추가 관세가 부과돼 오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높은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지난 10월, 1단계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11월로 예정됐던 1단계 합의안의 최종 서명이 계속 지연되면서 15일 관세 부과도 집행될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퍼듀 장관이 관세 부과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겁니다.

진행자) 퍼듀 장관이 뭐라고 하면서 관세 부과가 없을 거라고 말한 겁니까?

기자) 퍼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려면 중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는데 중국의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가 그런 일환에서 나온 신호이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두와 돼지고기 등 농산물 구매 확대는 미국이 요구하는 사항이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지난 6일 미국에서 수입하는 일부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추가 관세를 유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관세 유예 대상과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 1단계 합의를 앞두고 나온 발표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무역 합의 타결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기자) 아직 협상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퍼듀 장관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잘 안 될 경우 중재가 필요하지만, 국가 간의 계약에서는 중재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도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합의안에 서명할 때 시행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미국은 지금 바로 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측은 무역 1단계 합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기자) 중국도 조속한 합의 타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런홍빈 중국 상무부 차관보는 9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 따른 무역 협상이 진척돼 양국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최대한 빨리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데니스 셰어 WTO 주재 미국 대표.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의 기능이 마비될 상황에 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소기구 위원 3명 가운데 2명의 임기가 10일로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상소기구는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요. 위원 3명이 재판관이 돼서 1건을 심리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두 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중국 출신 상소 위원, 단 1명만이 남게 됐지만, 후임자들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겁니다.

진행자) WTO, 어떤 일을 하는 기구입니까?

기자) 회원국들이 상품과 용역의 수출과 수입 등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하도록 돕고, 나라 간에 경제 분쟁이 일어났을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또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입니다. 1995년 1월에 출범한 WTO는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하는 기구이자 자유무역주의를 대표하는 국제기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 164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진행자) WTO에서 그럼 '상소기구'가 하는 역할은 뭔가요?

기자) WTO에 제소된 안건은 2심제로 진행되는데요. 1심에 해당하는 ‘분쟁해결기구’에서 난 판결을 당사국이 불복하고 상소하면 '상소기구'가 이를 최종 판단합니다. 과거와 달리 국가 간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무역 분쟁의 소지도 훨씬 커졌고요. 따라서 무역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는 일은 WTO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됐는데요. 하지만 재판을 할 사람이 부족해지면서 WTO 기능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후임자 선출을 못 한 겁니까?

기자) WTO 상소 위원은 164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선임되고요.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선출이 안 됩니다. 그런데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상소 위원 선임을 계속 막는 바람에 7명이었던 상소위원이 1명만 남게 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왜 상소 위원 선출을 막은 겁니까?

기자) 미국은 전임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WTO에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며 보호무역을 지지하면서, 다자간 무역을 수호하는 WTO에 더욱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WTO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활용한 국가들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가장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보인다고 비판하면서 WTO의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WTO 개혁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기자) EU 집행위와 중국이 WTO 개혁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채택된 내용은 없습니다. 데니스 셰어 WTO 주재 미국 대사는 앞서 미국은 상소기구 기능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다른 국가들이 이를 개선하려는 진지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WTO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상소기구 기능이 마비되면서 무역 분쟁이 WTO의 규정이 아닌 힘의 논리에 따라 좌우될 위기에 처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상소기구에서 다뤄진 무역 안건이 몇 건이나 됩니까?

기자) 지난 1995년 1월 이후 지난해까지 총 592건이 상소기구에 올라왔습니다. 이 가운데 570건 이상이 WTO 회원국의 요청으로 이뤄졌는데요. 유럽연합 등 회원국들은 현재 상소기구를 대체할 임시 기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