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안' 의결..."평화 진작하겠지만 한계 명확"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남북한 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계획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올림픽 공동유치는 한반도 ‘평화’ 진작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대북 제재와 북한의 호응이 필요한 만큼 한계도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한 한국 정부의 계획안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계획안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올림픽 공동 유치와 개최를 위한 기본 방향, 계획을 확정하고 관련 조치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측 유치 후보 도시는 서울, 북측의 공동 개최 도시는 평양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르면 올해 합동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IOC 유치 절차가 시작되면 남북공동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식 지원체계에 돌입한다는 방침입니다.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도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 의사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박 시장은 남북 경색 국면을 타개해야겠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공동올림픽 개최가 쉽지 않겠지만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만큼 확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이미 크게 변화하고 있어 과거의 폐쇄국가 체제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공동 올림픽 유치에 나선다면 한반도 평화는 물론 미-북 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림픽 공동 개최가 하나의 선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박원순 시장] “남북관계에 있어서나 또는 심지어 북-미 관계에 있어서도 굉장히 좋은 사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은 아울러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역시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한반도 평화와 대북 제재 해제 등의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박원순 시장] “사실 생각해보면 제재로만 그 국가를 변화하는 데 성공한 경우는 없습니다. 저는 좀 더 창조적이고 유연한 방법을 만들어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는 의미가 매우 큰 이벤트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북 관계에 중점을 뒀던 한국의 대북, 대미 외교의 핵심이 올해 남북관계의 여지를 만들겠다는 방향으로 전환을 한 만큼 제재 국면 속에서도 경우에 따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에는 일단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선택했고 대북 제재 국면에서 여러 돌파구를 마련한다고 보면 지금 남은 것은 사실 관광과 스포츠 교류, 인도적 지원 이런 부분이거든요. 경우에 따라서는 대북 제재 국면의 어려움에 처한 김 위원장이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정상 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만큼 남북관계 발전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국가발전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그리고 한반도 통일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습니다.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면 꽉 막힌 정치적 담을 넘을 수 없고, 북한도 올림픽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입니다.

[녹취: 김병로 교수] “2032년에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하게 되면 그것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이념의 벽을 완전히 넘어서고 통일에 가까운 측면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포츠 국제적 이벤트와 한반도 통일, 평화로의 길은 굉장히 밀접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의 호응 등 걸림돌도 분명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대북 제재 저촉 가능성이 큰 만큼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미국 등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고 북한이 국제금융체제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의 재원 조달 방안 문제 역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공동개최인 만큼 북한도 적극 나서야 하지만 북측의 ‘통미봉남’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러 실사와 계획, 예산 조달 방안 등 해결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전체적으로 올림픽을 하면 나름의 이점도 있지만 북한체제의 특성상 올림픽을 하게 되면 대다수의 외국인이 오게 되고 일종의 개방이 되는 거잖아요. 북한이 과연 그럴 정도의 준비와 의지가 있느냐, 그 부분은 또 별개의 문제이긴 하죠.”

박 교수는 재작년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관련 협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북한이 어느 정도 진정성을 갖고 이 문제에 임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8년 말 시 의회에 제출한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유치 동의안’을 통해 서울과 평양에서 보름 간 33개의 올림픽 종목을 치르기 위해서는 미화 약 34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과 평양이 가까운 만큼 통신과 물류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며, 최대한 기존 시설을 활용해 ‘경제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