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적인 업무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08번째 `태양절’을 맞아 축전을 보내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는 답전을 22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열흘 넘게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 보도로 촉발된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김 위원장의 대외 활동을 전한 겁니다.
앞서 한국의 한 대북전문매체는 21일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고 치료 중’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CNN’ 방송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중하다는 첩보를 미국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다며 김 위원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지난 10여일 사이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 명의로 된 외국 정상과의 서신 교환이나 감사 또는 생일상 전달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8일 짐바브웨 대통령에 대한 독립기념일 축전 발송, 19일엔 평양시청년동맹위원회 지도원 등에게 감사 전달, 21일엔 김일성 훈장 수훈자들에게 생일상 수여 등 김 위원장의 간략한 동정을 사진이나 영상 없이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올들어 김 위원장이 열흘 이상 공개 행보를 하지 않은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태설’의 근거로 김 위원장이 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17년 동안 불과 3차례 참배한 예를 들며 직접적인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한국 청와대가 지난 21일 측근들과 지방에 머물고 있다고 한 김 위원장의 현 소재지에 대해선 추가 정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매체들이 전하는 간단한 동정 기사로만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의 진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할만한 분명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은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한번도 빠진 적 없었던 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했다면 신변 이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 매체의 동정 기사는 이를 감추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 소장은 지난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0여일 동안 은둔해 있다가 왼팔과 왼손이 부자연스런 상태로 공식석상에 나섰던 일과, 2014년 김 위원장이 40일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팡이를 짚고 현지 지도에 나섰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지금 같은 오리무중의 상황이 장기화되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11일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잖아요. 정치국 회의 주재를 하고 15일 참배식에 못 갔다고 하면 정말 갑작스럽게 악화됐다고 볼 수 있는데 북한이 계속 여기에 대해서 김정은의 건재를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그러면 이건 상당 기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죠.”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으로선 설사 김 위원장이 건재하더라도 국제사회에 이를 바로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건강 이상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김 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하는 시점에 대내외적인 여건들을 치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첫 번째로는 북한 내부의 동요를 야기하느냐 하는 거죠. 두 번째로는 주변국가들이 북한 안정성에 의심을 갖고 이를테면 북한의 불안 상황에 대해 대비하는 체제를 갖춰감으로 인해 북한 국가의 운신에 장애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이런 두 가지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숙명여대 김진무 교수도 북한이 오히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된 현 상황을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치밀한 연출을 통해 김 위원장의 건재한 모습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