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름 넘게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연일 김 위원장의 건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집권 기간을 회고하며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면서 주민들에게 딱히 내세울만한 치적이 없는 곤혹스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8년을 결산하는 논설을 1면에 전면으로 실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8년 간을 전대미문의 도전과 난관을 헤쳐나간 시기라며 남들 같으면 한 달도 지탱하지 못했을 격난 속에서 부국강병 실현을 위한 괄목할 성과를 ‘영도자의 위대성’ 덕분에 이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따른 정면돌파전과 자력갱생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의 주민들을 위한 초강도 강행군 길에 전진의 보폭을 맞춰가는 천만군민이 있기에 주체혁명의 위업이 승승장구 할 것”이라고 충성심을 독려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집권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집권 8년이라고 한 것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4월 11일과 13일 노동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각각 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된 시점을 기준으로 지칭한 겁니다.
‘노동신문’은 앞서 지난 8일엔 김 위원장이 지난 2016년 5월 9일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지 4주년을 맞아 인민대중 제일주의가 구현됐다는 주장을 담은 사설을 1면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설은 김 위원장의 지도 아래 “당의 전투력과 영도력이 강화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집권 기간을 결산하며 충성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쓰여진 이런 기사들이 역으로 김 위원장 치적의 빈약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달리 치적이라고 과시할만한 게 없는 곤혹스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과거 회고적인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경제적 성과나 이런 것들이 만만치 않아서 코로나 거치면서 성적들이 좋지 않으니까 특히 약속했던 많은 대형 사업들이 제대로 일정이 안 돌아가니까 계속 이렇게 김정은의 그동안의 치적들을 말로라도 과시하는 작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여지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집권 8년을 결산한 ‘노동신문’ 논설이 김 위원장이 당 제1비서와 국방위 제1위원장에 오른 날짜보다 한달 이상 뒤늦게 나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노동신문’의 이 같은 보도 시점이 이례적이라며 이는 김 위원장의 공식 집권기념일이 지난 4월 11일 이후 20일 간 공개 행보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시기와 겹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뒤늦게라도 이 같은 논설을 게재한 것은 그만큼 김 위원장 집권기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아 지도력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의 과거 관행을 보면 해당하는 날짜에 그런 글이 나왔어야죠. 그런데 그것을 5월 달에 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고, 특별히 시기와 다르게 이것을 해야 했다는 인식을 했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먼저 사상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그런 취지에서 실었다 그렇게 평가할 수 있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이후 17일째 또 다시 공개 행보를 중단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형태의 보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5월 1일 김 위원장이 모습을 보였고 지금 18일이니까 벌써 2주가 넘어가죠. 존재감이 없는 상태가. 근데 사실은 지금 정면돌파전이라고 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선두에서 진두지휘를 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직간접으로 노동신문이나 공개 매체를 보면 은유가 김 위원장은 건재하고 활발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들이 많이 나와요.”
조 박사는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업적을 부각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그 내용은 매우 빈약하고 사실상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수세적 논조가 대부분이라며 북한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