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에 군을 재배치하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본격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만인 17일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즉, DMZ 내 감시초소, GP에 군 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총참모부 대변인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어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배치해 전선 경계 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서남해상 전선 등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선 전반에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전투 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개성과 금강산 지역 전방 주력 부대 재배치는 2000년대 남북 평화와 협력을 상징하던 개성과 금강산이 군사 대결의 장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DMZ 내 GP 복구와 접경 지역 훈련 재개는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본격적인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북한이 서해상 부근에 포병부대 배치와 포사격 등을 경고함에 따라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아울러 “전 전선에서 대남 삐라 살포에 유리한 지역들을 개방해 인민들의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고 안전대책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런 군사행동 계획들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을 받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박과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은 17일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그간의 남북 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받겠다고 발표한 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전동진 작전부장] “이런 조치는 지난 20여년 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 온 노력과 성과를 일거에 무산시키는 조치로써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전 작전부장은 이어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안정적 상황관리로 군사적 위기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한국 통일부도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 부대 재주둔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밝혔습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 지역화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서 차관은 북한의 조치는 한국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4.27 판문점 합의의 상징이었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9.19 군사합의까지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4.27 합의가 남북한의 새로운 평화의 시작이라고 했던 그 자체를 다 날려버린 거에요. 물리적인 상징이 연락사무소였다면 조문이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게 바로 군사합의였거든요. 다 날라가버린 거죠.”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이미 예고한 조치들을 자기들 시간표대로 단계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며 전면적인 강경책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미-북 대결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이미 미국을 겨냥한 대형 도발을 예고한 바 있다며 남북관계를 미-북 관계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는 북한으로선 어차피 미국과의 긴장 고조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1차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연초에 대미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잖아요. 또 그 배경에 작년 말에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여준다고 했어요. 그런 구상이라면 결국 8월 연합군사훈련이나 10월 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일 이때를 계기로 미 대선 직전에 뭔가 보여주려 할 것이다. 그렇게 ICBM이나 SLBM을 발사한다면 그 시점에서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거에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군을 재배치한 데 이어 시설물을 철거하는 조치까지 취할지 여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북한이 외자를 유치해야 할 경제특구나 관광지구에 미칠 악영향 등을 우려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북한의 대남 삐라 살포와 관련해선 선전전 효과를 노리기 보다는 남북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17일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한국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주민들을 앞세워 군사작전 하듯 이 같은 일을 벌일 경우 북한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이 나빠지는 역효과가 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전단지 살포가 한국사회에 주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여지고 오히려 북한의 이런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가 한국사회에 북한을 혐오하는 정서를 더 고조시켜서 북한과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려 하는 문재인 정부 움직임에 반발하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으로선 자충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 군의 이번 발표에서 한국 군과의 충돌을 직접적으로 예고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지만 대비태세에 허점이 노출되면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