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들이 미-한 미사일 지침 개정과 미-한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과 관련해 비난 기사를 잇달아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비난 수위를 크게 낮춰 대화 재개를 놓고 미국이나 한국과의 신경전을 신중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최근 미-한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한국의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된 데 대해 ‘이중적인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메아리’는 2일 한국 측에 대해 “고체연료를 이용한 우주발사체로 저궤도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느니,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문제도 미국과 협의해 해결해나가겠다느니 하며 대결 흉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매체에서 고체연료를 이용한 우주발사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지난달 28일 미-한 미사일 지침 개정 발표가 나온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번 개정으로 고체연료 우주 발사체를 활용한 저궤도 군사정찰위성을 언제, 어디서든, 필요에 따라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사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으로 대형 고체로켓 모터를 개발해 군사정찰위성을 쉽게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과 고체연료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도 한국 측이 “올해 역대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쓴다고 으스대며 자신들을 겨냥한 첨단무기 개발과 무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 측이 “대화와 평화를 입버릇처럼 외워대면서 행동은 완전 딴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해 당국의 공식 입장인 아닌 선전매체를 통해 반응을 보인 것은 비난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인공위성을 쏘아올린다는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번에 개정된 게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문제란 말이에요. 그걸 시비를 걸면 자기들도 인공위성이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발사를 해왔고 그것은 우주개발 권리라고 주장을 했는데 그걸 시비를 걸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족쇄를 채우는 것 아닙니까.”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와 함께 앞서 지난달 30일 미국과 한국이 이달로 계획된 연합군사훈련을 축소된 형태로 실시키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미-한 동맹을 조롱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메아리’는 이번 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 FOC 검증을 겸하는 데 대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허울뿐인 전작권을 넘겨받아 치적을 쌓으려는 속셈이라고 폄하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도 미국이 한국에 전작권을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비록 연합훈련이 축소 실시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을 고려하면 북한의 반응 치곤 비난이라고 보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전작권 전환 실현 여부에 대해 북한이 조롱을 하고 있지만 전작권 전환 자체는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전작권이 한국으로 넘어가는 게 유리하고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해서, 그렇다고 연합훈련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안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 그 정도 수준의, 제 판단엔 안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없다라고 보일 정도에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 재개를 놓고 미국과 한국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월북한 탈북민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방역 대응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시키는 등 내치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지난 6월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빌미로 대남공세를, 7월엔 미-북 추가 정상회담 문제로 메시지를 통한 대미 신경전을 펴면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을 절제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으로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 교착상태인 대미관계에 전기를 만들려면 8월 한 달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핵심은 북-미 추가 정상회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8월에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돼야만 9월에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것이고 그래야만 트럼프 대통령을 견인해 낼 수 있거든요. 북한 역시 10월10일 당 창건 75주년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뭔가 메시지가 나와야 되거든요. 8월이 결정적인 시기이고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이나 특사나 이런 것들과 관련해 8월을 주시해봐야겠죠.”
조 박사는 또 북한이 월북한 탈북민과 관련한 대남 비난은 없이 연일 신종 코로나 비상방역체계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과의 보건 의료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