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에너지난 "버티기 수준"

  • 최원기

북한 평양의 주유소.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근 북한의 기름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9월 들어서는 전 달에 비해 60% 가까이 올랐는데요, 기름값이 왜 오르는 것인지, 불법 환적은 계속되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기름값이 최근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8월4일 kg에 5천150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9월4일 8천200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전 달에 비해 무려 59.2%나 오른 겁니다.

버스나 트럭의 연료인 디젤유 가격도 올랐습니다. 8월4일 kg에 3천900원이었던 디젤유는 9월4일 6천100원으로 56% 올랐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석유시장이 워낙 빡빡해 조그만 수급 변화에도 가격이 출렁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Market is very thin so small supply change…”

그러나 북한의 에너지 사정을 연구해온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박사는 기름 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회복’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격이 낮아졌다가 예전 가격으로 회복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여지지, 가격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북한의 휘발유 가격은 1월부터 5월까지 kg당 1만원선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6월 중순 1만5천원까지 올랐다가 8월에는 5천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9월에는 8천원대로 올랐습니다. 따라서 기름값이 원래 가격인 1만원대로 회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북한의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불법 해상환적입니다.

북한은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불법환적으로 버텨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 활동에 대한 제재 조치로 대북 원유 공급량을 연간 400만 배럴로 묶고 휘발유 등 정제품 공급 상한선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돌아가려면 900만 배럴의 기름이 필요한데 50%를 줄인 겁니다.

석유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자 북한은 20여 척의 유조선을 동원해 불법 해상환적에 나섰습니다.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몰래 해상에서 석유를 밀수한 겁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1월에서 8월까지 148회에 걸쳐 불법 환적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227만 배럴의 기름이 북한에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에는 불법 환적과는 별도로 외국 선박이 직접 북한 남포항에 들어가 석유를 공급했습니다. 이를 통해 400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에도 북한은 56 차례 이상 불법 환적을 통해 230만 배럴의 정제유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흥미로운 변화는 올 3월에 발생했습니다. VOA가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3월부터 3개월간 남포항에 드나든 유조선은 단 2척에 불과했습니다.

2-3일에 한 번 꼴로 유조선이 드나들었던 이전과는 크게 다른 겁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3-5월)에는 20여 척이 남포항을 드나들었습니다.

불법 해상환적 적발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동안 환적은 주로 동중국해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마지막으로 보고된 불법 환적은 지난 2월 28일 프랑스 해군 구축함 프레리알호가 동중국해서 포착한 것입니다.

지금도 한반도 주변과 동중국해에는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이 구축함과 초계기로 북한의 불법 환적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각국은 단 한 건의 불법 환적도 적발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아사히' 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전문 기자는 발표가 없었던 것은 불법 환적 자체가 감소한데다 중국이 별도로 기름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 ”발표가 없었던 것은 발표할만한 불법 사건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북한이 불법 환적을 포기했다는 것은 아니고, 육상 송유관으로…”

그러나 한국의 김경술 박사는 불법 환적 없이는 지금같은 기름값 수준이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불법 환적이 전면 중단됐다고 가정하면 북한 석유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높게 형성된다고 봅니다. 불법 환적을 통한 밀수입이 지속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환적을 포함해 지난 2-3년간 북한의 석유 조달과 공급 측면에서 3가지 구조적 변화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북한의 석유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겁니다. 북한은 대북 제재가 본격화 되기 전에 연간 900만 배럴 정도의 석유를 소비했습니다.

그러나 기름값이 오른데다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석유 수요가 줄었을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Recession, whole economy is in recession…”

둘째로 남포항에 유류저장고가 생겼습니다. 북한은 제재가 본격화된 2018년도부터 남포항에 유류탱크를 건설해 현재 26개가 완공됐고 추가로 5개를 더 건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 시설을 활용해 시장에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So the one thing that North Korea has learned from the crisis is that...

세 번째는 불법 환적의 행태가 바뀌었을 가능성입니다. 과거 북한은 주로 2-3천t급 중소형 유조선으로 불법 환적을 했습니다.

작은 유조선으로 환적을 하려면 100회 이상 반복해야 석유 수요를 채울 수 있습니다. 자연히 미국과 일본 등의 감시망에 노출될 공산이 큽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불법 환적에 자주 동원되는 중국계 유조선 ‘다이아몬드 8호’는 다릅니다. 이 선박은 9천t급 선박으로 8번 정도 환적하면 수입 한도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형 유조선을 활용해 불법 환적 횟수 자체가 줄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중고 유조선을 새로 구입하는 것도 눈에 띄는 움직임입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북한의 에너지 사정이 임계점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다시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어느 순간 제재와 감시가 조금만 강화돼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임계선에서 그럭저럭 끌고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브라운 교수도 외화보유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기름값이 자주 출렁이고 변동 폭이 커지는 것은 위험한 징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This is big problem volatile, volatility in price, speculation..”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4년째 접어들면서 북한의 에너지난도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에너지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