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시작으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습니다. 미국에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관심을 보였지만 논의가 지속되지 않았고, 북한은 최근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종선선언'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8년 4월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에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결정되고 난 후 워싱턴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종전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지난 2018년 6월)]“We talked about it. We talked about ending the war. Historically it's very important. But we'll see.”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의 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거론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2018년 6월)] “yes, we could absolutely sign an agreement. We’re looking at it. We’re talking about it with them. We’re talking about it with a lot of other people.”
이런 분위기 속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튼 전 보좌관은 2020년 발간한 회고록(‘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의욕을 보였지만 자신과 일본이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종전선언 논의는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2018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처음으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북한도 당시엔 종전선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8월 관영 노동신문 논평과 9월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데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리용호 북한 외무상] “미국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그해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시대 발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9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다시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당시 한국 청와대는 하노이에서 종전선언이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이며 북한과 미국 사이 종전선언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은 결렬로 끝났고 종전선언 논의도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깜짝 회동’이 있었지만, 북한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강경한 협상 기조를 내세웠습니다.
특히 북한은 2019년 11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담화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습니다.
이후 북한 당국자나 공식 매체는 종전선언을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후에도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을 열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화상연설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 논평 등을 통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습니다.
일부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섣부른 종전선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진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 회의적이며,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 등 미-한 동맹 약화를 초래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 섭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다시 꺼내든 종전선언 제안은 선언 주체를 ‘미국, 남북한’ 혹은 ‘미국, 남북한, 중국’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기존 제안과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듭 일축하면서 영변 핵 시설 재가동 징후를 보이고 최근 잇따라 미사일 발사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제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의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22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선언 계기에 북한과도 합의했던 사안”이며, “미국 역시도 충분히 열린 자세로 이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