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호주의 프랑스산 잠수함 계약 파기로 불거진 양국의 외교 갈등을 풀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극복을 위해 중저소득 국가에 백신 5억 회분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타이완에서 장제스 전 총통 동상 철거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프랑스 정상이 전화 통화한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 불거진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양국은 두 정상의 통화 후 공동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번 갈등은 지난 15일, 미국과 영국, 호주가 ‘오커스(AUKUS)’라는 3국 안보 협력체 출범을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미국은 오커스 협력의 일환으로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는데요. 이게 문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기술을 제공하는 건데, 왜 프랑스가 문제로 삼는 거죠?
기자) 호주 정부가 오커스 출범에 맞춰 프랑스와 지난 2016년 체결한 잠수함 도입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그룹(Naval Group)’은 660억 달러 규모의 재래식 디젤 잠수함 12척을 팔기로 했는데요. 호주가 지난 15일, 이 계약을 접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러자 프랑스는 미국과 호주가 “등에 칼을 꽂았다”라고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잠수함 갈등으로 전통적인 우방국 간에 불협화음이 나온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는 연일 양국을 비판하면서 동맹국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고요. 급기야 지난주 미국과 호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고강도 외교 조처까지 취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양국 정상이 직접 나선 건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습니까?
기자) 네. 성명에 따르면 두 정상은 양국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여건을 조성하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심도 있는 협의 과정을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프랑스는 지난주 소환했던 주미 프랑스 대사를 다음 주 다시 부임지인 워싱턴으로 복귀시키기로 했습니다. 두 정상은 또 다음 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양자 회담을 열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일단 양국의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오커스 출범과 호주의 계약 파기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강력히 반발해왔는데요. 양국의 공동성명을 보면 프랑스를 달래는 듯한 표현도 좀 보입니다. 성명에는 “양국 정상은 프랑스와 유럽 동맹국들의 전략적 관심사에 있어 공개적인 협의가 있었다면 유익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라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진행자) 전화 통화는 미국이 먼저 요청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통화를 요청했으며 두 정상이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약 30분 동안 진행됐는데요.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과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협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호주에 대한 미국의 잠수함 기술 이전 계획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양국 성명에는 별도의 언급이 없기 때문에 미국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편 프랑스 국내에서는 이번 잠수함 갈등과 관련해 반발 여론이 높기 때문에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금 유엔 총회장에서도 미국과 프랑스 간에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이 22일 유엔 본부에서 회동했습니다. 두 장관이 만난 건 이른바 ‘잠수함 갈등’이 불거진 후 처음이었는데요. 미 국무부는 양국 장관들이 이날 좋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장관은 23일 별도의 개별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다른 유럽국가들은 이번 잠수함 갈등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처음에는 동맹의 균열을 가져오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프랑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동일한 안보 위협에 맞서 큰 그림을 보자며단결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또다시 대규모 백신 지원 계획을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유엔 총회 기간 별도의 행사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종식과 더 나은 재건’이라는 주제로 화상으로 ‘세계 코로나 정상회의’를 주재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5억 회분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지금까지 약속한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지난 6월에도 화이자 백신 5억 회분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공동구매배분사업인 ‘코백스(COVAX)’ 등을 통해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적 차원에서 코로나 극복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코로나 사태는 모두 손을 모아 도와야 할 위기”라면서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곳에서 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총장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정상이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또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2차 대전 중,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였던 것처럼, 코로나 위기 속에서 미국은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적극적인 발언은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펼치고 있는 이른바 ‘백신외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날 회의에서 또 기부를 약속한 나라는 없습니까?
기자) 네. 일본도 추가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6월, 국제사회에 3천만 회분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천만 회분을 타이완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많은 가난한 나라들이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적어도 50억 회분에서 60억 회분이 있어야 가난한 나라들도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가 이번에 추가 기부를 약속하면서, 약5분의 1은 담당하게 되는 셈입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백신을 기부하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화이자사와의 계약 체결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미국 정부는 1회 분당 약 7달러를 화이자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관리는 이는 화이자사가 이윤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사이 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473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 세계 누적 감염자는 2억3천만 명이 넘습니다.
진행자) 최근에는 변이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여러 변이 바이러스를 낳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서도 델타는 특히 전염성이 강해 미국과 유럽 등 곳곳에서 이미 우세종이 돼 있습니다.
진행자) 국가별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과 인도, 브라질, 영국 순으로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데요. 실시간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은 23일 현재, 누적 감염자 약 4천300만 명, 누적 사망자 수는 7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한때 하루 수만 명 씩 감염자가 쏟아지던 인도는 현재는 감염자 수는 1천 명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코로나 대응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타이완에서 장제스 전 총통 동상 철거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타이완의 각료급 기구인 ‘정의촉진이행위원회’가 최근, 타이베이시 중정기념당 안에 있는 장제스 전 총통 동상 철거 계획안을 발표했는데요. 이를 둘러싸고 지금 타이완 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제스 전 총통이 어떤 인물이죠?
기자) 장제스 전 총통은 한국의 중장년층 청취자들에게는 ‘장개석’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익숙한 사람인데요. 1949년 장제스 당시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 정부가 중국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완전히 지면서 중국 본토에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섰고요. 패퇴한 장제스 전 총통은 타이완섬으로 건너가 정부를 세웠습니다.
진행자) 그게 오늘날의 타이완인 거죠?
기자) 맞습니다. 장제스 전 총통은 언젠가는 중국 본토에서 다시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요. 1949년부터 1975년 사망할 때까지 타이완 총통을 지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지금 장제스 전 총통 동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기자) 장제스 전 총통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제스 전 총통 지지자들은 그를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고 타이완의 안정과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타이완의 국부’로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됐고요. 동상 철거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제스 전 총통에 대한 비판은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비판자들은 장제스 전 총통이 재임 기간, 일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적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였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또 장제스 전 총통은 1947년, 당시 타이완섬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1만8천 명을 처형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의위원회 측은 이런 비판 의견을 수렴해 동상 철거 작업을 추진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정의위원회는 지난 2018년, 전제주의 역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는데요. 천유판 위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동상 철거는 장제스 전 총통의 유산을 지우고, 역사를 통해 바른 교훈을 얻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장제스 전 총통의 동상이 있는 중정기념당은 타이완의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곳에 있는 장 전 총통의 동상은 높이가 6.3m에 달하는데요. 많은 관광객이 이 거대한 동상을 보기 위해 기념당에 들릅니다.중정기념당을 찾은 일부 관광객은 VOA에, 동상이 정치적인 상징이나 전제주의의 상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동상을 철거하면 관광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중정기념당 외에도 타이완 곳곳에 장제스 전 총통 동상이 많다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타이완 전역에 크고 작은 동상이 1천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금까지 약 200여 개의 동상은 타이완 북부, 치후 지역에 있는 장제스 기념공원에 재배치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중정기념당에서 철거되는 거대한 동상도 이곳으로 옮기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동상 철거 결정 여부는 언제쯤 정해지는 건가요?
기자) 정의촉진이행위원회 소속인 천유판 위원은 내년 5월에 동상 철거 계획 등을 담은 기념당 개조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Reuters' 기사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