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 등 의원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이례적으로 미국에 망명한 탈북민 가족과 북한 인권단체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정치나 이념, 이익 차원이 아닌 인류 보편적 차원에서 다뤄야 남북이 공동 번영하고 한반도 평화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6월, 30대 나이로 한국 제1야당 대표에 올라 관심을 끌었던 이준석 대표와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 태영호 의원 등 한국 국민의힘 미 방문단이 23일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미국에 망명한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 이정호 씨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준석 대표] “국익이라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국익이다. 그리고 인권을 지키는 것이 국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리정호 씨] “대표님이 말씀을 잘하셨습니다….사실 인권을 떠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북한에 자유도 없고 인권도 없는데 평화를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방문해 미 정부 관리나 의원 또는 한반도 전문가들이 아닌 탈북민을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 대표는 면담 뒤 VOA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크게 우려돼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뿐 아니라 홍콩의 민주화 위기,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미얀마 사태 등 여러 인권 문제들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국익을 구실로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이준석 대표] “기본적으로 인권은 북한 인권, 홍콩 인권 다른 나라 인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현재 대한민국의 집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같은 경우는 매우 이중적 자세를 취하거나 인권 자체에 대해 값어치를 매기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국익을 위해 이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하는데, 저는 국익이라는 것은 국가의 자존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구분된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이 북한의 실질적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사실상 침묵하며 2019년부터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불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에 대한 탄압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며 청와대에 우려 서한을 보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재참여 등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VOA에, 유엔이 현대 사회 어떤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인권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평가한 북한 인권 문제가 한국에서는 외면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미 정부에 중요성을 알리고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북한 인권 문제는 완전히 방치되다 못해서 이제는 그 누구도 정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평화는 결국 인간의 안보, 인간의 인권을 통해서만 평화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심각성을 세계에 빨리 알리고 미국 체류 기간에 바이든 행정부에도 알려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결국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
이날 면담에는 이정호 씨의 자녀로 비정부기구와 유튜브 등을 통해 미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이현승 씨와 이서현 씨,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참석해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 씨는 특히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인도적 위기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책임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이정호 씨] “우리가 대북 정책을 얘기할 때 북한 지도자는 국민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이런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지금 우리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 북한 문제에 평화적으로 유화정책을 실시하려 했는데, 그 나라에도 나라 지도자가 있는데, 그 나라 지도자는 뭘 하는지…왜 우리가 밤낮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준석 대표는 북한 내 인권 상황 악화를 막는 해법 중 하나로 인권 범죄를 저지르는 관리들은 반드시 처벌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준석 대표]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정확히 기록하고 처벌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못도 잘못이지만, 앞으로 자행되는 모든 잘못은 나중에 개개인이 정확하게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것을 엄중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좌우에 관계없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일관적인 대북 인권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저는 북한 인권 이슈를 절대로 정치적 이슈로 여기지 않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우선 필요한 게 바로 대북 인권정책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대북 협상을 했지만 대성공했다고 할 수 없죠. 그래서 인권 이슈를 다루지 않으면 앞으로도 대북 정책이나 협상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런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를 국권 침탈을 노리는 모략 책동이라며, 북한은 “전체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여 참다운 자유와 권리를 마음껏 향유하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 국가”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북 정보 유입이 매우 중요하다며, 핵을 가진 김정은 정권이 아닌 인권을 누리는 북한 주민들과 상생하고 공동 번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