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화 담화' 사흘 만에 단거리 발사체 발사...한국 정부 "유감"

28일 한국 서울에 있는 철도역사 이용객이 북한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유화 담화를 내놓은 지 사흘 만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 쪽으로 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북한의 의도와 발사체에 대한 분석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오전 6시 40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200㎞에 못 미치고 고도도 지난 15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절반인 30㎞ 정도로 탐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한 두 나라 군과 정보 당국은 비행거리와 고도가 초대형 방사포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제원과 비행거리, 속도, 고도 등은 기존에 알려졌던 북한 미사일과 다른 비행 특성을 보여 정밀하게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3월 세 차례에 걸쳐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거리는 각각 200∼240㎞, 고도는 30∼50㎞ 정도였습니다.

군 당국은 초대형 방사포가 아닌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또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전 단계의 활공체 시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한 탄도미사일인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 북한의 무력시위는 이번이 여섯 번째로, 열차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13일 만입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간 상호존중이 유지되면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등 남북 현안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담화를 내놓은 지 사흘 만입니다.

2021년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한국 정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부승찬 대변인] “한반도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의 유화적인 대남 담화가 나온 직후 또 다시 무력시위를 벌인 의도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최근 담화에서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국 측에서 도발로 규정하는 것을 두고 ‘이중기준’이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한국의 태도를 시험해 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저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이중기준을 철회하라는 자신들의 요구에 한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려는 속셈인 것 같다며 북한이 추가 행동 여부를 봐야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강도 시위에 대한 한국 측 반응을 오히려 명분 삼아 대화에 나설 수도, 아니면 강도를 높인 무력시위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대화용일 수도 있고 또는 한국 정부 길들이기용일 수도 있고. 후자라면 한번에 끝나지 않고 두 세 번 반복되면서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요 그래도 북한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강도를 높여가면서 굳이 테스트하진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전술핵무기 등 개발을 위한 기술적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는 이전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되 핵 무력 강화 조치들은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도 단거리에 대해선 문제 삼은 적이 없고 유엔도 제재를 가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드라인 범위 내에 걸쳐 있는 것이지 지금까지 북한의 행동패턴과 다른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쪽으론 협상에 응하면서 한쪽으론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는 혹은 자기들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카드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요구를 절반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반발했던 도발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유감이라고 밝혀 북한의 핵 무력 증강 조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인 때문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유감이라는 표현에도 반발해 담화 공세를 이어가거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속할지 여부를 보면서 대화 의지의 진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추가적인 핵무기 개발 시험을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유화적 담화 직후 무력시위’ 카드를 쓰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건 이중기준의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은 미국과 한국에 책임을 돌리면서 무기 개발을 위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무기 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고 거기에 따라 북한이 시험발사를 할 만한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아요. 베이징올림픽 걸려 있고 3월 한국 대선 걸려 있고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이 시점에 바싹 해서 자신들의 무기체계 완성과 더불어서 대미 대남 압박을 올린 후에 그 다음에 평화공세로 돌 가능성, 그렇게 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은데요.”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박사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태도가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다며,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국 정부를 향해 미국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설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 박사는 이중기준 철회가 북한의 핵 무력 증강을 당연시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에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박사] “한국 정부에 대해서 종전선언을 하고 싶으면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내라는 거 아니에요. 지금 얘기하는 이중잣대라는 게 모두 북한이 핵 전력을 발전시키는 걸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이라는 얘기 아닙니까. 북한이 얘기하는 것은 한국이 혼자 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결국 민족 공조를 갖고 한-미협력을 깨겠다는 거에요.”

한편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이 시작된 지난달 10일 오후부터 지금까지 50일째 한국측의 통화 시도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