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공장 확장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과 함께 핵 능력 강화 활동을 벌이는 강온전략을 통해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일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공장(UEP) 내 우라늄 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 여러 대를 연결한 설비인 케스케이드 홀 2호의 변화를 감지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38노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영변 핵시설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최근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케스케이드 홀 2호보다 조금 북쪽에 위치한 지역에 지붕이 씌워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붕이 씌워진 곳은 원래 가로 42m, 세로 15m인 630㎡ 크기의 공터였습니다. 건물 동쪽 끝에는 직경이 3m인 원 6개가 있었습니다.
'38노스'는 공사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면서도 "북한이 UEP 내 케스케이드 홀 2곳에서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왔다고 가정할 때 이번 확장 공사는 무기급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데 이용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케스케이드 홀 1호와 2호는 나란히 붙어서 세워진 상태입니다.
'38노스'는 지붕이 씌워짐으로써 해당 건물의 설계나 건설 현황 등을 알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는 이에 앞서 지난 8월 3일과 9월 1일, 그리고 14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나무가 심어져 있던 빈 공간에 6개의 구멍이 생겼고 외벽이 설치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는 6개의 구멍이 냉각장치를 제거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과거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증설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당 지역의 크기를 약 1천㎡로 추정하면서 1천개의 원심분리기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으로, 현실화할 경우 영변에서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이 25%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춘근 명예연구위원] "그건 이제 원심분리기를 수량을 확대하는 건데 그걸 조합을 잘 갖춰서 케스케이드를 잘 구성하면 기존 저농축 우라늄을 고농축으로 전환한다거나 아니면 고농축이 됐든 저농축이 됐든 수량을 확장한다는 그런 두 가지 의미가 다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 한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높이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결과제로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활동에 대한 한국의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한다는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선포한 이후 지금까지 이를 지키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올 들어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면서 핵 물질 생산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모라토리엄에 포함되지 않고, 입증이 어려운 탓에 유엔 대북제재를 적용하기 까다로운 핵 물질 생산 확대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이를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게 북한의 계산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것은 협상을 선택한 것과 흐름이 맥을 같이 합니다. 한편으론 협상을 하겠지만 한편으론 자신들의 전략적 레버리지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이거든요. 그러니까 향후에도 동일한 행보는 지속될 겁니다. 그러니까 핵실험, ICBM 발사는 안 하겠지만 단거리 발사체, 핵물질 양을 늘리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추구할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의 평산 우라늄 광산시설의 활동 징후를 보고했는데 영변의 건물 신축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또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과 함께 핵 능력 강화 활동을 동시에 보임으로써 특유의 강온전략을 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일단은 미사일을 쏘면서 그 다음에 통신선을 연결하는 강온전략을 번갈아 하고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북한도 모호성을 주면서 계속 상대방의 기조를 흐트러트리려는 의도로 보여져요. 북한의 강온전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까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최근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경제적 난관 극복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평산 우라늄 광산시설,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서 활동 징후가 포착된 사실을 적시했습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한국에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면서 핵 능력 강화 활동을 벌이는 것은 통신연락선 복원 국면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 성사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교수]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이게. 대한민국이 미사일 발사를 하는 것 자체를 국제사회가 제재하지 않는데 북한은 제재한다 그것을 이중기준이라고 얘기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을 제재하는 이유는 북한이 그 미사일에 핵을 탑재하고 핵 공격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제재하는 겁니다. 그것을 만약에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것은 엄청나게 큰 문제죠."
한편 한국 청와대는 7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한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와 협의 진전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면서 유관국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NSC 상임위원회는 "북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현재 정세 안정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