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톡] "북한 경제 사상 최악…경제에 대한 정권 영향력 줄여야"

지난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과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봉쇄와 대북 제재로 현재 북한 경제가 최악인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29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권 10주년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마당과 같은 주민경제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전문가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먼저 뱁슨 고문님. 북한 경제의 현재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뱁슨 전 고문) “저는 북한 경제가 1990년대 기근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세 가지 경제적 취약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외환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세 번째는 식량안보 문제입니다. 현재 북한은 이 세 가지 모두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부는 제재 때문이고 다른 일부는 그들의 국경 봉쇄 결정 때문입니다. 제재 상황 아래 법적으로 가능한 무역이었죠. 따라서 북한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는 몇몇 증거도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마당의 기본적인 식료품과 다른 상품들의 가격 상승입니다. 일례로 쌀 가격은 1월 이후 40% 증가했고 대두 식용유도 1월 이후 60%나 올랐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가정 생필품들이 많이 있는데 소비재 품목들은 진열대에서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물가상승은 하나의 문제이고 상품이 없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동시에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을 위해선 원자재가 있어야 합니다. 일부는 내부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그렇게 하지 못 합니다.”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 북한이 이런 형편 속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는 걸까요?

스탠거론 국장) “북한은 자체 국경 봉쇄 조치 때문에 비료를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처해 있습니다. 농작물을 재배할 비료가 적은 상황이죠. 또 이런 이유와 날씨의 영향으로 올해 쌀 수확량이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진정한 도전이 이어질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최근 주민들에게 2025년까지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 북한 정권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게 새로운 건 아니죠?

스탠거론 국장) “그 것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체사상’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북한이 처한 문제는 그들이 외부 교역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식량적인 측면이든, 에너지 또는 기계부품이나 다른 국내 생산 공산품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물품들에 대해 북한은 생산방식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품질이 낮았지만 핵 프로그램에서 본 것처럼 그들이 실제 노력한 일부 품목들은 질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나라도 완전하게 자급자족하는 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미국 같은 나라가 세계와 교류를 끊겠다고 결정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스스로 살아남고 번영하겠다는 생각은 정말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진행자) 뱁슨 고문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뱁슨 전 고문) “스탠거론 선임국장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제재 문제가 있고 국경 봉쇄 상태에서 자립은 수입품을 대체할 창의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수입을 대체하는 것은 그들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에 덜 의존하기 위해 추진해 온 것이죠. 한동안 그랬습니다. 새로운 목표는 아닙니다. 또 어떻게 하면 수입품 대체를 보다 실용적으로 할 수 있을지 더 혁신적인 생각을 짜내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추구는 좋고 또 장려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북한을 갇힌 구멍에서 빠져나오게 하진 못할 것입니다.”

진행자) 뱁슨 고문님. 북한은 이번주 내각회의를 열고 연말 목표 달성을 위해 5개년 계획을 적극 펼칠 것을 결정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5개년 계획을 얼마나 달성했나요?

뱁슨 전 고문) “먼저 계획이라는 용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5개년 전략입니다. 그들은 ‘계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계획했던 과거식 계획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개혁이라는 단어도 쓰길 싫어합니다. 너무 서구적이고 정치적으로 함축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전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들은 필요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경제관리 체계를 바꾸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북한 당국이 노력해 온 것은 국가경제 부문을 더 잘 통합하는 것입니다. 주요 기업들과 무역회사들과 장마당 경제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통합하는 것입니다. 이들 두 가지는 별개로 운영돼 왔습니다. 또 이 전략의 일부는 한 지붕 아래 이 둘을 더 가깝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진행자) 스탠거론 국장님. 북한의 5개년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탠거론 국장) “진정한 문제는 ‘북한이 어떻게 실제 국영기업들을 시장경제에 통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반 기업들 같이 어떤 표준화된 모습으로 변환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다른 나라의 이런 기업들은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독립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국영기업들을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불분명합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북한이 규제를 완화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위기를 겪거나 다른 상황들이 생기면서 그런 규제들을 공식적으로 다시 가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직전 상황을 보면 북한 당국은 무역회사들에게 새로운 제한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외국 회사와 계약을 맺기 전에 국가가 승인한 가격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비공식적으로는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상품을 시장에 내다파는 대신 국가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따라서 국가가 계속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하는 한 도전적인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 한국 국정원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열차 운송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스탠거론 국장) “최근 몇 개월 간 우리는 북한의 무역이 재개됐다는 것을 봤습니다. 북한은 더 많은 상품 수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국경 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합니다. 국경이 완전히 닫힌 적은 없었지만 고도로 규제되고 제한돼 왔습니다.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의 국경을 오랫동안 열어 둘지, 아니면 단지 몇 개월 동안만 상점에 필요한 물건을 채우고 다시 폐쇄할지는 더 두고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민들에게 이번 위기가 2025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러시아, 중국과의 무역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진행자) 뱁슨 고문님. 한국 국정원은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북한 내부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뱁슨 전 고문) “내년 1월이면 김정은이 집권한 지 10년이 됩니다. 그에겐 중요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는 집권 기간 연설을 통해 주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었죠. 지금 그는 앞으로 3~4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정당성을 갖고 있고 그 정당성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약속과도 엮여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스스로를 포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경제개발에 더 많은 강조점과 정치적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그의 아버지처럼 군사적 안보나 선군정치만 하지 않았죠. 하지만 현실은 알다시피 지금 김정은은 나쁜 상태입니다. 김정은은 그것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 김정은이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달성한 게 있다고 보십니까?

스탠거론 국장)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자료를 보면 북한은 전력의 약 60%를 수력발전으로 얻는다는 사실과 함께,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기간 동안 단 3년 동안만 탄소배출량이 늘어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집권 기간) 전체 10년 중 약 7년 동안 북한 내 경제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그의 경제성적표를 돌이켜보면, 물론 경제개혁에 대한 노력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고 일부 코로나 대유행 같은 상황에서는 그의 통제 범위 바깥에 있었습니다. 상당한 양의 탄도미사일과 핵 실험을 하겠다는 결정, 그리고 이를 밀어붙인 것은 현재 수준의 제재로 이어졌습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지금 상황을 돌이켜보면 경제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뱁슨 전 고문과 스탠거론 선임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두 전문가의 대담은 한국 시간 30일(토) 오후 9시 VOA 한국어 방송 웹과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