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확철을 맞아 농작물 생산 극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가을 작황이 예년보다 적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이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연일 농작물 생산 증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작은 것을 소홀히 하면 큰 것을 잃기 마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알 한 알의 낟알이 모여 1kg이 되고 1t이 돼 쌀독을 가득 채운다며 쌀 한 알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독려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의 곡물 손실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북한은 매년 수확을 앞두고 태풍과 폭우등으로 농작물 피해를 보지만, 지난해에는 장기화한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최악의 자연재해라는 `삼중고' 속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올해도 가뭄과 폭염에 이어 홍수 피해를 겪었고, 특히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 지역에 집중된 장마는 쌀 작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추수 기간인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북한 전역에 저온 주의경보가 발령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우박과 서리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내리는 서리는 벼 이삭을 부러뜨리고 급격히 마르게 해 곡물 수확량을 떨어뜨립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서’는 북한의 작황에 대한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곡물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7월 말까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던 북한 내 5개 곡창지대인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 평양 가운데 황해남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기상 상태와 강수량 부족 등으로 상황이 나빠졌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농작물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상 측면에서 지난해에 비해 올해 홍수와 태풍 피해는 적었지만 농자재 부족과 외부 지원이 막힌 상황은 여전하다며, 농사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Only inputs of outside can help to fight the deficits, the seeds, the plastics, the fertilizers. If you don’t have those inputs, you are going to be in a real danger.”
소바쥬 전 소장은 매년 농작물 생산량이 수요 보다 적은 북한은 만성적으로 식량 부족분이 발생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종자와 비닐, 비료 등 농사에 투입되는 물자는 외부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자재가 외부에서 공급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급받지 못했다는 게 소바쥬 전 소장의 설명입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의 식량 생산성이 근본적으로 낮은 원인 가운데 하나는 농지 부족 등 취약한 농업생산 기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North Korea is not able to take care of their productions, because North Korea is mostly covered by mountain. The parts of land for agriculture is about 20%. ”
산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한에서 농지 면적은 전체 20% 정도에 불과하며, 과거 외부로부터 지원 받거나 수입한 농기계들도 노후화됐다는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올해 수확량보다 우려되는 것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식량 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bigger concern to me is that it’s not the production or even the imports, but I’m afraid the markets are not working very well. The markets are the way to be distributed the foods.”
올해 수확 전망과 관련해 좋은 신호는 지난해보다 자연재해 피해가 적었다는 것이고 나쁜 신호는 여전히 비료 등 외부 지원이 예년 수준에 훨씬 못 미친 것이지만, 더 큰 우려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경제라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식량 분배의 주요 수단인 시장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특히 배급을 받아 오던 주민들이 큰 식량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설령 올해 수확량이 예년과 비슷하더라도 누적된 식량부족 현상으로 식량난이 심화될 것이고, 지난 여름 북한이 이례적으로 전시 비축미를 푼 것도 곡물부족 현상이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 농무부는 ‘국제 식량안보 평가 2021~2031’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인구 2천590만 명 가운데 63%(63.1)인 1천630만 명이 식량부족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전년 대비 100만 명이 증가한 것입니다.
농무부는 또다른 보고서에서는 북한을 이라크와 이란 등과 함께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되는 33개 나라에 포함시켰습니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올해 식량부족분을 86만t으로 추정하면서, 석 달치 식량이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AO는 북한이 수입이나 식량 지원 등으로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면 8월~10월 사이 북한 주민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