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2년 가까이 유지해 온 중국과의 국경 봉쇄를 해제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국경 봉쇄로 인한 북한 내 심각한 경제난과 민생고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봉쇄한 중국과의 국경을 개방할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전문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은 북한과의 국경 재개방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이 통신은 북한과 국경을 맞댄 랴오닝성 단둥시 당국이 8일 성명을 내고 “전염병 확산의 위험이 매우 높다”며 주민들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타지역으로 가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근 랴오닝성 좡허시에서 최근 코로나 환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는 단둥시의 이번 발표가 중국 정부가 코로나의 국내 확산을 엄격히 통제하는 가운데 나왔다며, 중국 정부가 ‘코로나 무관용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국경지역 시설 확충... 북-중 국경 전면 재개방 기대감”
`블룸버그'가 북-중 국경 봉쇄 해제가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한 것과 달리 `로이터' 통신은 지난 4일 ‘국경이 곧 전면 재개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는 이런 분석의 근거로 중국 단둥시가 1일 신압록강대교 단둥 항만 건설의 전 과정을 관리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낸 사실을 들었습니다.
공고문은 어떤 시설을 지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낙찰업체가 계획에서 시공, 검사,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압록강대교는 조중우의교로 불리는 기존 압록강 대교의 노후화로 새롭게 추가해 지은 다리로, 2014년 왕복 4차선으로 완공됐지만 아직 개통되지 않았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신압록강대교의 북한 쪽 시설들이 아직 건설되지 않았고, 중국 쪽에는 세관 건물과 상업 시설, 주거단지가 지어졌다고 전했습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 인용, “북-중 교역 제한적으로 진행”
중동의 주요 매체인 `알 자지라' 방송도 4일 ‘북한 경제가 고전하는 가운데 고립이 완화될 조짐이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중 국경의 움직임을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특히 구호기구 관계자들이 체감하는 북-중 교역 현황을 알렸습니다.
한국의 기독교 구호단체인 ‘헬핑핸즈 코리아’의 팀 피터스 대표는 `알 자지라'에 자신이 지난 여름부터 ‘매우 제한적인 북-중 교역’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피터스 대표는 ‘헬핑헨즈 코리아’의 인도주의 구호품들도 국경을 넘어 북한 내 매우 취약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구호단체 관계자는 이 방송에 “북한 당국의 국경 통제에 사안 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북-중 교역은 매우 고위급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일반 주민들이 도보로 오가며 물품을 옮기는 활동은 재개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단체는 북한으로 아직 구호품을 들여갈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알 자지라' 방송은 북한이 국경을 대규모로 개방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심각한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데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알레스테어 모건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는 `알 자지라' 방송에 “하늘, 땅, 그리고 간헐적으로 바다 국경을 닫은 결과는 북한 내에서 매우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며, 북한 당국자들도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 예상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대표는 북-중 국경 폐쇄로 “장마당이 마비돼 일반인들이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내 아사 소식 전해져”
영국 `BBC' 방송은 5일 기사에서 북한 내에서 아사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BBC' 방송은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 NK’의 이상용 편집국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거리에는 더 많은 고아 어린이들이 생겼고, 굶주려 죽는 사례들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국장은 북한의 식량난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며 “취약계층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며 “밥 먹는 사람은 모두 농촌 지원에 나서라’고 지시한 이래 북한 주민들이 수확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국장은 추수 과정에서 “도둑질이나 속임수가 발각되면 엄격한 처벌이 따를 것이라고 당국이 강조하고 있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BBC'에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의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최근 VOA에 올해 북한의 식량난은 국경 봉쇄의 여파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특히 북-중 접경지대에 있는 양강도라든지 함경북도라든지 이런 지역은 사실은 중앙에서 식량을 조달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주로 중국과의 교역, 주로 공식과 비공식 사이에 있는 굉장히 독특한 형태로 강 건너편에 있는 중국에서 식량을 조달했는데 지금 코로나 상황 때문에, 중앙 입장에서는 기존에 그 지역을 그냥 내버려두면 그냥 적절히 알아서 식량의 수급이 맞을 텐데, 지금은 중앙에서 공급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굉장히 좀 난감한 입장일 것입니다.”
“특권층 어려움 포착 안 돼”... “당국, 숨겨진 자금 추적할 것”
일반 주민들과 취약계층의 생활고가 깊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특권층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징후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든 연구원] “Elites in Pyongyang do not seem to be currently undergoing effects from the food crisis. We have yet to see many substantiated reports that it’s impacting the capital as yet. The elite food supply in Pyongyang comes from several farms and factories whose activities are routinely reported in state media. If state media or rumor reports about those places not meeting their production goals start to appear then we will know that the elite food supply has been effected.”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최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평양의 특권층은 식량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식량난이 아직 수도 평양에 영향을 준다는 입증된 보고들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북한 관영매체나 ‘소문 인용 보도’들이 평양의 농장이나 식료품 공장이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 시작하면 ‘특권층 식품 공급망’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식량 문제에 대해 정치적 회의를 더 자주 열고 관련 발언도 더 많아지면 평양 특권층 식량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9일 VOA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난으로 북한 당국이 특권층의 숨겨진 자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The lack of financial resources in N Korea is making it more urgent for the regime to step up and hunt for resources that are hidden away and not taxed where the state aren’t getting its fair share, just all this cash like Donjoo have, the state wants to tax it, share the revenues.”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은 금융자원이 부족해 당국이 숨겨진 자금을 추적해야 할 시급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돈주들의 현찰에 대해 당국은 세금을 매기고 수익을 나누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의 정치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려면 좀 더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