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보건협력 수요가 분명 존재한다며 남북한 간 관련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중 교역 재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방역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학계가 두루 참여한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플랫폼’이 출범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10일 서울에서 열린 출범행사 개회사에서 “한반도에 발생하는 보건 위기를 공동의 위기, 하나의 생명공동체의 과제로서 이해하고 함께 대응하고 협력해나가는 것은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남북한이 함께 마주 앉아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인영 장관] “북한 또한 지금 당장 인도적 협력에 응하지 못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상황이 있겠지만 보건 의료 협력의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이 장관은 “남북의 인도적 협력만큼은 정치와 안보적 상황을 초월해 꾸준히 일관되게 지속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제재와도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또한 제재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인도적 협력만큼은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실제 미국과 공동의 인도적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더 우려되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방역의 고삐를 한층 더 죄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일 “보건기관들이 주민 검진과 위생 선전을 보다 강화하며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성 질병 환자들을 빠짐없이 찾아 치료하기 위한 대책도 철저히 세워나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등 방역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코로나 청정국임을 선전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호흡기 질환자에 대한 수색 지침까지 내린 것은 신종 코로나 방역에 이상징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보통 북한 주민들이 열 좀 나고 기침 좀 나고 하면 그냥 감기로 생각하고 장마당에서 약을 사먹어요. 병원에서 약도 안 주니까. 그런 상황인데 호흡기 질환자를 찾아서 대책을 세우라고 지령을 내렸다는 것은 코로나 관련 방역 강화나 코로나가 확산될 수 있는 여러 위험성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가 없죠.”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 증상과 유사한 폐와 호흡기 질환자들이 늘어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겨울철이 되면 계절적 요인 때문에도 호흡기 질환이나 이에 대한 관련 조치 필요성 등에 대한 보도가 계속 이어져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너무 오래 봉쇄정책을 유지하면서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를 통한 의약품 등 필수 물자 수급이 어려워졌다”며 “당연히 코로나 대응 역량도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조치가 최근 중국과의 교역 재개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경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려움을 스스로 인정할 만큼 봉쇄 장기화 탓에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운행하는 열차 운행 재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며, 북-중 교역 재개에 앞서 북한 당국이 방역 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국경 개방 움직임은 활발하게 있고요, 방역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겨울철 눈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온다거나 호흡기 질환 이 건이랑 같습니다. 방역체계는 더 강화되고 있고요. 그렇게 보면 경제난 때문에 국경을 열어야 되는, 그 다음에 방역은 강화되는 이 두 개의 딜레마가 충돌하고 있고요.”
조 박사는 단둥 소식통의 말을 빌어 북한은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난 타개를 위해 중국과의 교역 재개가 절실하지만 중국 정부는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북한과의 국경 개방에 오히려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