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이용자들 '북한' 관심 크게 하락…도발 때만 주목 받아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서울에서 기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최근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 대한 관심도는 주로 군사적 충돌 위기를 전후해 높아지며, 최근 낮아진 관심도는 북한이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인터넷 업체 구글의 검색어 분석 시스템인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인들이 ‘북한’의 영문명인 ‘노스 코리아(North Korea)’를 가장 많이 검색한 시점은 지난 3월14일부터 20일 주간이었습니다.

한반도와 관련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측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의 뉴스가 나온 시점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탈북민들과 미국에 대한 비난 담화들을 내놨던 5월2일부터 8일 사이, 그리고 8월 첫째 주 등도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검색이 높았던 때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검색 빈도수가 높았던 주간들은 최근 5년 동안 미국인들이 ‘북한’을 검색한 시점과 비교하면, 그 비율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구글 트렌드는 ‘북한’과 같은 특정 검색어가 가장 많이 급증한 시점에 100점을 부여한 뒤 이를 기준으로 다른 시점에 얼마나 검색이 많이 이뤄졌는지를 그래프로 만들어 공개합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북한에 대한 검색이 100점에 달했던 시기는 2017년 8월 6~12일 주간이었고, 76점을 받은 2017년 4월 9~15일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시기는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았던 때였는데, 특히 2017년 8월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령 괌에 대해 미사일로 포위사격을 위협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한 시점과 일치합니다.

미국의 ‘구글 트렌드’에 나타난 지난 5년 동안 미국인들이 ‘북한’의 영문명인 ‘노스 코리아(North Korea)’의 검색 빈도를 보여주는 그래프.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2017년 8월에 많은 검색이 이뤄졌다.

이어 9월 24~30일 주간이 69점, 9월 3~9일이 65점을 받는 등 전반적으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던 2017년 미국인들의 ‘북한’ 검색 빈도수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해 ‘북한’ 검색이 가장 많았던 3월 14~20일 주간은 5점, 또 검색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다른 시기들도 4점 수준에 머물러 2017년과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과 2019년 2월은 각각 28점과 8점으로, 올해 보다는 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도발 때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인터넷 이용자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조사 범위를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로 확대해 보더라도 올해 북한을 검색한 빈도는 미미했지만 북한의 주요 도발 시기인 2017년에는 이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높게 치솟았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사망설이 한창 제기되던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2020년 4월26일~5월2일 주간을 제외하면, 특별히 북한과 관련해 높은 검색이 이뤄진 시기는 없었습니다.

아울러 구글 트렌드와 같은 방식으로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의 검색 경향을 분석하는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랜드’를 통해서도 2017년 4월을 전후한 시점 북한과 관련한 검색 빈도가 매우 높게 오른 반면, 최근 몇 개월간 북한에 대한 검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랜드’ 그래프. 2017년 4월을 전후한 시점 북한 관련 검색 빈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북한에 대한 검색은 도발이 한창이던 2017년 최고조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인터넷 이용자들의 검색 횟수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 역시 과거 행정부에 비해 북한을 언급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취임 초기부터 관측된 현상으로, 북한에 대한 언급이 줄어든 대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가 떠오른 상태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꽤 흥미로운 주제라며, 특별히 지도자의 건강과 지도부 교체, 혹은 북한의 나쁜 행동 등이 나올 때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North Korea has the potential for high click bait, especially, something that is revolving around the health of the leader, leadership change or bad behavior by North Korea. If none of that is happening, North Korea completely falls off the planet and people really don't focus on it much, because frankly the United States government doesn't focus on it much.”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땐 사람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미국 정부조차 북한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더 언급하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이런 분위기를 따라 가고 있는 만큼 북한이 뭔가를 하지 않는 한 미국인들의 관심에서 계속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