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9일과 10일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반민주적 지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명분으로 주민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민주주의연구소(NDI)가 이날 주최한 화상 세미나의 기조연설에 나선 셔먼 부장관은 백악관이 이번주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전 세계 민주주의가 점점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지역의 국가들이 어느 정도 민주주의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셔먼 부장관] “It is no secret that democracies around the world are facing increasing challenges. Countries in virtually every region have experienced degrees of democratic backsliding…more than 350 reporters around the world are sitting in jail just for doing their jobs. The internet is being weaponized to spread misinformation and enable authoritarian leaders surveillance of their own people.”
전 세계에서 약 350명의 언론인이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고, 인터넷이 거짓 정보를 확산하고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자국민들을 감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반민주적인 지도자에게 공중보건을 이유로 자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억압의 새로운 도구를 제공했다고 셔먼 부장관은 비판했습니다.
[녹취: 셔먼 부장관] “And the COVID-19 has given anti-democratic leaders new tools to engage in repression by using public health as an excuse to restrict people's freedoms.”
셔먼 부장관은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해서는 안되며 대신 이 순간을 통해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에 다시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이유라며, 이번 회의가 “민주주의의 회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회의”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 핵심 원칙에 대해선 “우리의 생각을 말할 자유,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형성하고 결정하도록 선출된 지도자에게 요구할 자유, 정부와 사회의 투명성과 책임 증진, 인권 옹호, 평등과 포용 추구”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회의가 “민주적 제도를 강화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국가들에 맞서며 권위주의에 대항하고 부패를 퇴치하는 등 공동 의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미국을 포함해 “완벽한 민주주의는 없다”면서 미국도 현재 실질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투표권, 여성의 권리, SNS 상의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 인종주의, 법적 차별’ 등과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민주주의에서는 어려운 질문이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결점을 정직하게 직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민주주의 수호자와 옹호자들에게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즈라 제야 국무부 안전·민주주의·인권담당 차관도 이날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 연설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야 차관] “President Biden has called it the challenge of our time to demonstrate the democracies can deliver by improving the lives of their people in tangible ways and tackling the greatest problems facing the world.”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가 국민의 삶을 가시적인 방식으로 개선하고 세계가 직면한 최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도전”이라고 말했으며, 이번 회의가 이를 위해 국가들의 협력을 결집하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제야 차관은 이번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권위주의에 맞서고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며 국내외 인권을 증진하고 존중”하는 민주주의 세 가지 기둥을 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약속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9~10일 이틀간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는 110개국에서 정부와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합니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 대부분이 참석합니다.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타이완도 참석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터키 등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태국 등은 초대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의 초대 여부가 특정 국가에 대한 민주주의 국가 혹은 비민주주의 국가의 ‘승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터키와 헝가리 등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부 회원국이 배제되고 필리핀과 파키스탄 등 ‘인권 후진국’이 포함된 것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는 “민주주의 강화, 권위주의 배격, 부패와의 싸움, 인권 증진과 존중에 대해 논의하는 데 있어 다양한 경험을 대표하는 정부와 시민사회 지도자 등이 참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권위주의 차단, 부정부패 척결, 인권 존중 증진’ 등이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라면서, 참가국들은 이런 목표를 증진하기 위한 “의미 있는 내부 개혁과 국제적인 구상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과 약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중국 등은 이번 회의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6일 ‘세계의 비난을 받는 퇴보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글을 발표해 “미국은 민주주의에 대해 논의할 초보적인 자격조차 없는 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4일 ‘중국의 민주’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해 “민주에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또 러시아 측과 공동으로 이번 회의가 ‘냉전 사고방식의 산물’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