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미 유엔대사와 화상 통화..."중국 내 탈북 여성 보호, 꾸준한 인권 제기 중요"

탈북민 조이 씨가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 북한 인권과 탈북 여성 실태'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한국 내 탈북 여성과 화상 통화를 통해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들었습니다. 미 대사와 통화한 탈북 여성은 VOA에, 정치적 사안보다 중국 내 탈북 여성 문제 등 북한 주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며, 인권 문제를 특정 시기나 목적이 아닌 꾸준히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5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관련 비공개회의를 개최한 뒤 7 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별도로 탈북민 조이 씨와 전날 나눈 대화를 소개했습니다.

북한에서 극심한 가난으로 꿈도 없이 생존을 위해 버티다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10대의 나이에 성노예로 팔렸던 조이 씨의 기구한 삶과 한국으로의 탈출 얘기를 들으며 “그의 강인함과 용기, 끈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겁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그러면서 “조이 씨의 삶은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에 의한 주민들의 희생을 우리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 had the opportunity to speak with joy, who is a survivor from the DPRK…. She reminded me that we need to recognize the human toll of the DPRK totalitarian regime.”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

조이 씨는 1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2019년 미국에서 북한 인권단체 링크(LiNK)와 캠페인을 하며 국무부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와 갑작스럽게 지난 14일 화상 통화가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사는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있었다며, 15분 이상 통화하면서 미국이 북한 인권을 위해 어떤 얘기를 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이 씨] “지금 제가 (한국에) 와서 어떻게 지내는지 그런 안부부터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저의 스토리를 읽고 나서 감동 받았고, 유엔에서 일하시는데 어떤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는지 질문하셨어요.”

조이 씨는 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과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이 씨]“북한 하면 저희가 제재나 김정은, 핵에 관심을 많이 갖지만 그 안에 사는 일반 사람들을 봐 달라고 말씀드렸고요. 그리고 자유를 위해 나온 사람들, 특히 중국에서 탈북 여성들이 겪는 인권 없는 삶에 대해 잠깐 말씀을 드렸어요.”

중국에서 시골로 팔려 간 많은 여성은 난민 자격은 물론 공식 신분증도 없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백신조차 접종받지 못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 얘기를 전했고,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올해 30세의 조이 씨는 2009년 극심한 빈곤 때문에 탈북한 뒤 중국에서 18살의 나이에 인신매매로 팔려 3년간 생활하며 아기를 출산한 뒤 비인간적인 삶 때문에 다시 탈출해 2013년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이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미국의 인권단체 링크(LiNK)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탈북 여성 보호 등 북한 인권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녹취: 조이 씨] “제가 겪었던 그런 아픔들을 저뿐 아니라 정말 많은 분들이 겪고 있어서 그런 것을 많은 분이 알고 조금이나마 그런 일들이 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지금까지 그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한국에 정착하는 북한 사람들이나 다문화 가정 여성분들 돕고 싶어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조이 씨는“북한 여성에게 탈북이란 자유를 향한 여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그 이후 수많은 아픈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난민 자격과 북송 저지 등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정치적 사안보다 인간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인권 문제는 분리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꾸준히 제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문제를 특별한 시기나 비핵화 협상을 위한 수단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제기하기보다 일관성을 갖고 꾸준히 제기해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녹취: 조이 씨] “저희가 항상 미국 하면 떠오르는 상징이 자유입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것 말고 꾸준히 사람들의 인권을 봐주셨으면 하는 당부! 사람들에게 집중해 달라! 미국도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하는 것일 수 있죠. 그러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해 아쉬움은 좀 있지만, 다만 인도적 차원에서 자유를 주장하는 국가로서 그것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것!”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