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미국 등 일부 이사국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실태를 비판했으며,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탈북민 사례를 소개하며 이 문제에 대한 각국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7개 나라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정권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5일 유엔 안보리에서 비공개로 열린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회의가 끝난 뒤 낭독한 7개국 공동성명에서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정권 중 하나에 의해 기본적인 자유를 체계적으로 거부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people of the DPRK are systematically denied their fundamental freedoms by one of the most repressive and totalitarian regimes in the world. In the DPRK, the regime continues to hold more than 100,000 people in political prison camps where they suffer abuses including torture, forced labor, summary executions, starvation and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The rest of the population is ruled by fear and denied basic rights of free expression.”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수감자들은 고문과 강제 노동, 즉결 처형, 굶주림, 성과 젠더 기반 폭력을 포함한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정치범 수용소에 있지 않는 나머지 주민들 역시 두려움의 지배를 당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거부당한다고 성명은 덧붙였습니다.
이날 유엔 안보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북한의 인권을 논의하는 회의를 비공개 방식으로 개최했습니다.
이후 회의가 끝난 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비상임이사국인 에스토니아와 아일랜드, 노르웨이 그리고 이사국이 아닌 일본 등 7개 나라가 공동으로 작성한 성명이 발표됐습니다.
성명은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층 더 악화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regime has implemented shoot to kill orders for anyone attempting to flee the country and has prevented humanitarian aid from getting to those who desperately need it. The DPRK's repression even extends beyond its borders. The regime has been implicated in international abductions and forced disappearances of Japanese citizens and other nationals who are kept against their will in the DPRK.”
북한 정권은 북한을 탈출하려는 어떤 이들이라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려 시행 중이고,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도달하는 것을 막았다는 겁니다.
또 북한의 억압이 국경 너머까지 확대된다며, 자신의 의지에 반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일본인들과 다른 나라 국민들에 대한 국제적 납치와 강제 실종에 북한 정권이 연루돼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관련 회의를 개최한 건 지난 2014년 이후 이번이 6번째입니다.
앞서 안보리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가 나온 지난 2014년 북한 인권과 관련한 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2017년까지 매년 관련 논의를 이어갔고, 이후 2년 동안 회의를 열지 못하다가 지난해 다시 비공개 방식으로 회의를 소집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안보리는 올해 2년 연속 북한 인권 관련 회의를 열었지만, 공개적인 방식의 회의는 올해로 4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안보리 차원의 적절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modern world has no place for such brutality and it is time for the council to address it. And while we are glad the Security Council discussed this important topic today, we believe it is worthy of a briefing in an open session. The regime's egregious human rights violations, much like it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are destabilizing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and must be prioritized within the council.”
현대 사회에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지적한 내용과 같은 잔혹한 행위가 설 자리가 없으며, 이제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오늘 이 중요한 주제를 논의했다는 점을 반기지만, 우리는 발언이 공개 회의에서 제기되는 게 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터무니없는 인권 침해도 국제 평화와 안보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으며, 안보리 내에서 우선시돼야 한다”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덧붙였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7개국 공동성명 낭독이 끝난 뒤 별도로 이번 사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하면서, 전날인 14일 ‘조이’라는 이름의 탈북자와 면담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y had to boil grass and steal unripe corn from their neighbors so they wouldn't starve. She had in her words, no dreams, she just wanted to survive. To avoid being married off as a teenager by her stepmother Joy escaped the DPRK only to be sold into sexual slavery in China because she was not recognized as a refugee.”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에 있을 당시 가족들과 굶주리지 않기 위해 풀을 삶아 먹고 익지 않은 옥수수를 이웃으로부터 훔쳐야 했던 ‘조이’를 소개하면서, 당시 꿈도 없이 그저 살아 남기만을 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조이는 10대 때 계모에 의한 혼인을 피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했지만 중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성 노예 생활을 했고, 이후 아이를 중국에 남겨둔 채 한국으로 탈출했다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말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조이의 “ 힘과 용기, 끈기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리더십에 감동했다”며 “우리가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에 의한 주민들의 희생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성명의 공동 작성국인 에스토니아의 유엔 대표부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그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체계적으로 거부당하고 있다”며, “현대 세계에는 그런 잔혹함이 설 자리가 없고 유엔 안보리가 이를 다룰 때”라고 말했습니다.
또 아일랜드 대표부도 트위터에서 “우리는 모든 안보리 이사국들이 내년에는 이 사안에 대한 공개 회의를 지지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