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 미군사령관은 북한의 미사일 역량은 분명한 위협이라면서 미국과 한국이 연합훈련의 일부 재개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중요한 군사적 역량을 갖춰야 하지만 아직 일부 분야는 미흡한 상태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또 유엔군사령부는 대북제재를 집행할 권한이 없다면서 유엔사가 남북 관계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과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계속 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북한의 많은 단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를 목격했는데요. 이런 미사일들이 한국과 주한미군에 가하는 위협은 얼마나 심각한가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미사일 시험발사 자체는 심각한 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선 그것들을 ‘도발’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2년 반 동안 유엔군 사령부와 한미 연합사령부, 주한 미군사령부의 사령관으로 있으면서 도발을 당했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군은 고체연료 미사일을 계속 실험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과 주한미군 또 일본에게 심각한 위협입니다. 고체연료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미사일을 지하에 숨길 수 있고 매우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미사일을 목표로 하는 동맹의 작전수행도 매우 어렵게 합니다. 또 이런 미사일들은 오래된 70년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훨씬 더 정확성이 높습니다. 훨씬 큰 탄두를 탑재할 수도 있죠. 따라서, 맞습니다. 이들 시험들은 심각하지 않지만 그 미사일들은 심각한 위협입니다.”
진행자) 이달 초 미국과 한국은 작전계획을 갱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서욱 한국 국방장관은 작전계획을 위한 새 전략기획지침(SPG)을 합의했는데요. 왜 지금 시점에 이런 합의가 나온 건가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현재 한국의 작전계획은 2010년 전략기획지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1년이나 됐습니다. 제가 2018년 11월 한국에 도착했을 때 지금의 작전계획을 상세히 검토했고, 이어 2019년 3월 유엔사와 연합사, 주한미군의 사령관으로서 첫 훈련을 하면서 2010년 이후 모든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이 전략계획지침 갱신에 대한 공식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미한 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 국방부는 새 전략계획지침에 대한 필요성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저는 새로운 작전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좀 더 검토하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한국 국방부와 미국 국방장관실에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2020년 4월 한국 국방부는 연합사령관으로서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합의는 오스틴 장관이 대화 상대인 한국 측에 매우 강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에 시행됐어야 할 일이었다고 봅니다.”
진행자) 기존의 전략기획지침은 북한의 현재 핵과 미사일 역량을 다루는데 충분하지 않았던 것인가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북한의 위협은 모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위협은 진화해 왔습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향상된 포탄 체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지상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도 있습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것들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자면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인민해방군이 있습니다. 2010년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중국이 그들의 존재감을 크게 늘린 것은 비밀이 아닙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례가 300% 늘었습니다. 우리는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증가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은 작전계획에서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전략계획지침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주한 미군사령관으로 계시는 동안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에 대해 한국 측 인사들에게 신중한 견해를 피력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신중하다는 말은 제 견해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단어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저의 책무를 피력했을 뿐입니다. 2015년부터 계획하기로 양측이 합의한 것에 대한 동맹의 의무를 말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손쉬운 방법을 원하거나 두 나라가 합의한 것의 기준을 낮추고 싶어했습니다. 합의된 기준에 부합하는 책임을 묻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조건에 기반한 계획이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계획을 만드는 데 2년이 걸렸고 여기에 동의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국이 연합방위를 이끄는 데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는 것에 기초했습니다. 상세하고 포괄적입니다. 저는 2019년 이전까지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2019년 동맹은 이전 3년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이죠. 핵심 요소는 중요한 군사적 역량을 습득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전작권 작업을 완료하기 전에 한국과 미국이 확인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은 무엇인가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우리는 ‘최소한’ 혹은 ‘최대한’을 놓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한국이 연합 방위전력을 이끌기 위한 중요한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조건에 몇 가지 추가적인 과제도 있습니다. 한국의 4성 장군이 이끌 미래의 연합사가 연합 방위군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두 번째 조건은 한국이 전략 타격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방어 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협상을 재개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축소되거나 취소된 군사훈련을 복원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사령관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저는 우리가 축소했던 연합훈련의 일부를 재개할지 여부를 놓고 동맹이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미국 항공모함 타격단이 한국 영해나 한반도 인근에 온 것을 보거나 들은 게 언제가 마지막입니까?’ 아니면 ‘미국의 5세대 전투기들이 한국 영공에서 훈련을 한 걸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국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를 본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습니까?’ 꽤 오랜 시간이 흘렀죠. 저는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 실험 유예 조치에 맞서 동등한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할 때 즉각적으로 이 세 가지 사례를 제시합니다. 우리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실험 유예 조치에 적절히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가 줄인 훈련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닙니다. 하지만 ICBM 시험발사와 핵 실험은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진행자) 한국 근무 당시 사령관님은 3개의 직함이 있었습니다. 유엔군 사령관과 한미 연합사령관, 주한 미군사령관이었는데요. 일각에서는 유엔사 역할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방해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저는 유엔사가 남북관계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라고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 철도 조사’ 문제를 언급합니다. 이것은 2018년 여름 합의돼 나왔던 방안이었죠. 그것은 유엔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 검토와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겁니다. 유엔사의 역할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집행할 권한이나 책임이 없습니다. 유엔사가 준수해야 할 유일한 책임은 1950년 한국전쟁과 관련된 유엔 결의밖에 없습니다. 유엔사는 제재를 집행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요. 당시 철도 조사 요청은 1718위원회에 의해 승인됐고 24시간 이내 그들은 군사분계선을 넘는 게 허용됐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사안은 ‘타미플루 지원’에 대한 것입니다. 당시 저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 타미플루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을 허가했습니다. 요청 후 18시간 만에 허가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타미플루가 북한으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한국 통일부에 물어야 합니다. 그들이 북한으로 운송하는 데 대한 조율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사례들을 계속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유엔사는 제재를 집행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저의 의문은 종전선언을 하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종전선언을 성급히 할 경우 전쟁이 끝났으니 1950년 여름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러고 나면 미끄러운 비탈길이 될 겁니다. 각국이 이런 말을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전쟁이 끝났고 유엔사는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창설됐다, 그렇다면 유엔사가 더 이상 필요 없지 않은가?’ 유엔사가 없다면 정전협정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비핵화에는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북한은 분명히 핵으로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주한 미군 사령관으로 3년 가까이 근무하셨는데요.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어떻게 돌아보십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아내와 저는 한국에서 뜻깊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평생 함께 할 친구도 사귀었습니다. 친구가 된 한국 장성들에 대해서는 부모님은 다르지만 한 형제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친하게 지냈습니다. 한국을 많이 좋아했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한국 내 여러 지역을 많이 여행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죠.”
지금까지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과의 대담은 한반도 시간 25일(토) 오후 9시 VOA 한국어 방송 웹과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