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전 대사 "선제적 제재 완화, 연합훈련 축소는 실패로 가는 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가 핵을 보유한 채 제재를 완화하고 동맹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선제적인 제재 완화와 연합훈련 축소는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희생하면서 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5일 미국 워싱턴타임스재단이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대화와 군사적 준비태세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I'll simply say that the quest for dialogue with the North must never be made at the expense of the ability to respond to threats from the North. Dialogue and military readiness must go hand in hand…I firmly believe that we must not relax sanctions or reduce joint military exercises just to get North Korea to come to the negotiating table. This is a tried and the true road to failure.”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거나 미한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이미 시도했다가 실패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협상을 진행하며 그 결과로서 훈련과 제재를 축소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을 미리 줘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 관계자 등 한국 측에서 최근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연합훈련 조정과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 출신인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 2018년 7월 주한 미 대사에 임명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월 퇴임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종전선언에 서명한 다음 날 과연 무엇이 바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 It's not a peace treaty. The armistice will still be excellent. Our treaty obligations to defend South Korea will still be excellent. And North Korea's missile, nuclear chemical and conventional capabilities will still be excellent"

특히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아니라면서, “정전선언은 여전히 훌륭하고 한국 방어에 대한 우리의 조약 의무도 여전히 훌륭하며 북한의 미사일과 핵, 생화학 및 재래식 무기도 여전히 훌륭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재 완화, 핵보유, 미한 동맹 분열, 한반도 지배’가 목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Fourth, KJU, Kim Jong-un’s objectives I believe KJU wants four things, sanctions relief, to keep this nukes, to split the USROK Alliance and to dominate the Korea peninsula.”

해리스 전 대사는 ‘조율되고 실용적이며 해법에 기반한 대북 접근’과 ‘조건 없는 대화 제안’ 등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옳은 접근”이라고 평가했지만, 북한 문제 해결 전망에 대해서는 “더욱더 암울해지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On North Korea, I do not believe that is a rosy scenario. I think it's a dark it's a dark scenario, getting darker every day. We have done I think all that we could do with regard to encouraging North Korea to come back to the negotiating table without any preconditions at all. And I think it's up to them”

해리스 전 대사는 “우리는 조건 없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면서 “하지만 선택은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와 훈련이 계속 약화된다면 “그들은 더 나은 위치에 있을 것이고, 우리는 더욱 나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조셉 디트라니 전 북 핵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한이 대화 재개에 준비됐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과 더욱 밀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이것이 장기화되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대표] “I think the longer this goes on and North Korea builds more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and becomes that much more reliant on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nd the opportunities that are available to North Korea will fade, the opportunities of going back to negotiations to where they can become more of a legitimate nation state and they can get sanctions relief, et cetera, will dissipate significantly”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북한은 더 많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구축하고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는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북한이 “제재 완화와 국가적 정당성 확보 등을 얻을 수 있는 협상으로 돌아갈 기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한편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역내 협의체 ‘쿼드’에 대한 한국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쿼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안보 조약이 아닌 역내 기회와 위협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협의체”는 점을 강조하며, 쿼드의 어떤 회원국도 다른 나라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문지기(gatekeeper)’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there's no gatekeeper for required by we don't have somebody or some country that says okay, you can be a member and you can't be a member…”

쿼드는 2004년 쓰나미 대응을 위한 협력 목적으로 출범했으며,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면서 재부상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정상 차원으로 격상했고, 지난해 3월 첫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종 코로나 백신과 신기술, 기후변화 등 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참여를 비롯해 ‘쿼드 확대’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습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지난해 5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쿼드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는 대신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움직임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y should hold the PRC accountable for its human rights abuses. There are many fora to do this. But you know, they can, they can walk out the Olympics, as the United States and others have, have agreed to do a diplomatic boycott. They could criticize the PRC publicly. They could join the United Nations in condemning North Korea for some of its grotesque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 number of other things, but to do nothing, I think, is weakness. And so, you know, there's opportunities there.”

한국이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미국과 다른 국가들처럼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수 있으며,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그러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약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해리스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 미국대사를 지명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주요 안보 동맹이자 경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지명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