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을 대신해 불법 거래와 자금 세탁에 관여한 4개 기업의 자금 237만 달러가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됐습니다. 북한의 불법 행위를 겨냥한 법원의 판결이 최근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6개월 사이 미국 법원의 대북제재 관련 몰수 결정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법원이 대북제재 위반 기업 4곳의 자금에 대해 최종 몰수를 허가했습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루돌프 콘트레라스 판사는 6일 발표한 명령문에서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회사 1’의 자금 182만7천 달러와 ‘회사 2’의 8만8천 달러, ‘회사 3’과 ‘회사 4’의 자금 45만6천 달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몰수를 명령한다며, 미국 연방검찰에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콘트레라스 판사는 이날 별도로 공개한 ‘의견문’을 통해 해당 자금들에 대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자금세탁법 위반을 지적한 검찰의 주장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자금에 대한 잠재적 소유권자들에게도 이번 소송과 관련한 내용이 적절히 고지됐다면서, 판결의 정당성을 확인했습니다.
앞서 워싱턴 DC 연방검찰은 지난 2020년 7월 북한 은행을 대신해 미국 달러를 이용한 북한 당국의 대규모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총 4개의 익명 기업을 지목하고, 이들이 거래한 237만 달러에 대해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 기업들은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싱가포르의 ‘벨머 매니지먼트’와 중국의 ‘단둥 즈청 금속회사’, 북한의 ‘대외무역은행(FTB)’의 위장 지점들과 미국 달러로 거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또 ‘회사 1’과 ‘회사 2’의 경우 북한 군부 하에 있는 정찰총국의 관리와 지시, 지도 아래 운영됐다며, 사실상 북한 정권의 위장회사라는 점도 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후 검찰은 해당 자금의 잠재적인 청구인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미국 정부의 ‘몰수 자산’ 웹사이트 등에 관련 내용을 공개했지만 아무도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궐석 판결’ 즉 피고 없이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최종 판결을 법원에 요구했고, 이날 재판부가 약 1년 만에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최종 몰수 결정이 내려진 겁니다.
당초 검찰은 이들 자금이 모두 미 금융기관에 예치됐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판결 직후부터 문제의 237만 달러는 국고 귀속 절차를 밟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미국 법원에선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된 자금, 자산 등에 대한 몰수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에만 미국 법원이 최종 몰수 판결을 내린 관련 소송만 이번 판결을 포함해 총 3건입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중국 기업 ‘라이어 인터내셔널 트래이딩’과 이 업체의 대표인 탕씬과 남편 리시춘의 자금 96만 달러에 대해 몰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라이어 인터내셔널 트래이딩’은 중국의 통신업체 ‘ZTE’와 북한 조선체신회사와의 거래를 주선한 혐의를 받아왔는데, 몰수 자금 96만 달러에는 이 업체의 자금은 물론 탕씬 등의 미국 투자이민 예치금 50만 달러 등 미국에 예치된 개인자산도 포함돼 있습니다.
검찰은 탕씬 등에게 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북제재 위반을 통해 벌어들인 개인자산도 몰수 대상이라는 논리를 재판부에 제시했었습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싱가포르 사업가 궈기셍이 소유한 2천734t급 유조선 ‘커리저스’ 호가 북한과의 불법 유류 거래에 동원된 사실이 인정돼 최종 몰수 판결이 내려졌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9년에는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몰수된 후 매각돼 고철 처리됐고, 싱가포르와 중국 업체 등의 자금 약 699만 달러도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미국 국고로 귀속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2018년을 전후해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기관 등을 통해 민사와 형사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는데, 이에 대한 결론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미국 법원에는 북한과 관련된 몰수 소송 최소 2건이 결론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방검찰은 2020년 3월 북한의 가상화폐 계좌 113개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하고, 같은 해 8월 또 다른 280개 계좌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 가상화폐 계좌의 잠재 청구인들에게 연락을 취한 상태로, 조만간 ‘궐석 판결’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