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 시험발사 성공"...김정은 참관 "전쟁억제력 강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2일 공개한 김정은(오른쪽) 국무위원장의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참관 현장.

북한은 11일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가 극초음속 미사일이었고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년만에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참관, 지속적인 핵 무력 강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연속 성공했다”고 12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거리 600㎞ 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천㎞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발사 후 600㎞ 지점에서 약 7m 길이의 활공비행체(HGV)가 분리돼 활강하면서 240㎞ 가량을 선회기동했다는 겁니다.

선회기동은 요격미사일을 회피하는 활강 기동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비행거리를 1천㎞라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 군 당국이 분석 결과 내놓은 700여㎞ 보다 300㎞를 더 날은 겁니다.

이 때문에 이번 미사일이 700㎞ 비행 이후 레이더 탐지 고도 이하로 저공비행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를 '최종 시험발사'라고 표현하면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뛰어난 기동능력이 확증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2일 공개한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지난 5일 발사한 ‘원뿔형 탄두부’를 갖춘 미사일과 같은 기종입니다.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의 글라이더형과는 모양이 다릅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천명한 지 불과 1년 만에 최종 시험 성공을 선언하면서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신형 미사일의 실전배치가 조만간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한국의 국방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국방선진국들도 개발 중일 만큼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험발사 3번 만에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는 북한 측 발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요건이 1단 발사체 분리 후 마하5 이상의 속도 유지와 레이더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저고도 비행, 그리고 변화무쌍한 활공비행 능력인데 이번 시험발사가 이를 모두 만족시켰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원뿔형 탄두부를 갖춘 미사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기종이 글라이더형에 비해 선회비행에서 약점이 있는 만큼 극초음속 미사일을 완성했다고 보긴 이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은 활공 능력이 미흡한 원뿔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먼저 실전배치를 하고 결국엔 ‘화성-8형’을 통해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마지막 최종 기술을 실현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망으로 막을 수 없는 무기체계로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다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선 유엔이 금지한 핵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은 지난 2020년 3월 21일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661일 만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도 지난해 9월과 지난 5일 시험발사 때는 참관하지 않았지만 이번 '최종 시험발사'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나라의 전략적인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성과들을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해 지난해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무기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전략무기로 표현하면서 핵 무력 강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무기 탑재를 의도한다는 얘기를 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향후에도 이런 미사일 발사는 지속될 것 같고요. 그러나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까지 참관을 했으니까 아마 베이징올림픽 전후해선 좀 자제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엔 지속적으로 유사한 행동이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판단이 되죠.”

한국 국방연구원 출신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무기체계는 아니지만 미사일 기술 발전을 지속적으로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단거리 미사일일지라도 미사일 기술이 점점 고도화돼 가고 있으니까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저 고도화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걸 통해서 미국과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또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일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길 기대하는 거죠.”

극초음속 미사일을 엿새 간격으로 연이어 시험발사하고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까지 한 데에는 국내정치적인 이유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속되고 있는 경제 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이 국방 분야에서의 성과를 앞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북한이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올해는 2월에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고요. 김정은의 당과 국가기구 최고 직책 추대 10주년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기념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연초부터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국방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한편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도 참석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기사에서 김 부부장을 참석자로 직접 호명하지는 않았지만 조용원 당 조직비서와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