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1년 10개월 만에 미사일 발사 참관

  • 최원기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지난 5일과 11일, 그리고 14일 세 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특히 11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번 미사일 발사가 갖는 의미와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월 5일부터 시작된 북한의 세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1일 발사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직접 자강도를 방문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봤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께서는 시험발사에 앞서 국방과학원 원장으로부터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종합적인 해설을 청취하시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은 건 지난 2020년 3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년10개월 만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주로 군수 담당 박정천 당 비서나 실무진이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검은색 가죽잠바 차림의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 안에서 망원경으로 시험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의 모습도 보입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은 새해 첫 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공식 행보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AN) 국장은 김 위원장이 발사 현장을 찾은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질적인 군사력 강화와 국내정치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is is more aimed at making progress, military capability…”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언급하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핵잠수함, 군사용 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MIRV)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직접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고 또 과학자들은 포상한 것은 5대 군사적 과업 중 하나가 완수됐거나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올해는 2월에 김정일 위원장 생일 80주년, 4월에는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최고 직책 추대 10주년 같은 정치적 기념일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성공은 국방 분야에서 김 위원장이 이룬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재료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1일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최고 비행 속도가 음속의 10배(마하10)를 기록했다며 앞서 발사된 미사일보다 진전됐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또 이번 미사일이 최대 고도 60km, 비행거리 700km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대성공’을 거두었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가 ‘최종 시험발사’라고 밝혔습니다.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니 이제 실전배치를 하겠다는 겁니다.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아직도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역량을 개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t looks like they're still working on their hypersonic capability for ballistic missiles. That's the first evaluation. The second evaluation is what kind of missile did North Korea want. No clue. It's a ballistic missile.”

켄 고스 국장은 분명한 것은 북한이 음속의 10배로 비행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일본으로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Mach 10, if this number is true, it’s very troubling, worrisome…”

실제로 지난 5일 북한의 첫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에 차분한 반응을 보였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두 번째 미사일 발사에는 한층 강경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동원할 수단이 많다며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We have a number of tools in our arsenal. We will continue to call on those tools to hold account the DPRK for its violations, for example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이어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 중국과 러시아에서 미사일 관련 물자를 조달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 그리고 러시아 기관을 제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를 적용해 대북 제재를 가한 건 지난 2019년 6월 이후 2년 7개월 만입니다.

특히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유엔에서 추가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도 전보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5일 첫 번째 미사일 발사 당시 문 대통령은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1일에는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각국이 과잉반응을 자제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14일 평안북도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탄도미사일 물자를 조달한 북한인 6명 등을 독자 제재한 데 대해 반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과 한국에 곤혹스런 상황을 안겨줬다고 말합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압박하거나 제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해 미-북 대화를 재개하고 비핵화 협상과 미-북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려 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3일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 `MS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응답이 없었을 뿐 아니라 최근 새로운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So not only are we sanctioning N Koreans, we are deeply engaged both at the UN and with key partners like S Korea like Japan on a response."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국장은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오히려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 하기 때문에 한층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Putting more pressure on North Korea is not stop testing but accelerating…”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문 대통령은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해 미-북 대화를 재개해놓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졌다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3월 9일이면 한국에서 대선이 실시되고 10일 새 대통령이 확정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한계가 있고, 종전선언이 지금부터 협력을 해도 쉬운 상황이 아닌데, 도발에 해당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종전선언에는 아주 부정적인 환경이 초래됐다고 봐야겠죠.”

한국의 대통령 선거까지는 이제 50일 가량이 남았습니다.

북한이 남은 기간 도발을 계속할지 아니면 종전선언과 미-북 대화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