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북 교착 국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군 부대 시찰이 사라졌고, 지방 현지 지도도 단 1회에 그쳤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변화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사 분야 활동이 사라진 점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 1월부터 11월까지 총 72회 공개활동을 했는데 이 중 군 부대 시찰이나 군 훈련 참관은 한 번도 없습니다.
북한은 올 1월부터 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그리고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습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자 비서인 박정천이 지켜봤을 뿐 김 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변화입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은 77차례 공개활동을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36회가 군사 분야 활동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북한은 3월부터 9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초대형 방사포,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김 위원장은 대부분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습니다.
미사일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8차례나 직접 훈련장을 찾아 군부대의 합동 타격훈련과 포사격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이런 변화가 미국과 한국에 대한 일종의 신호라고 말합니다. 김 위원장이 군사보다는 경제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얘기라는겁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e is trying to send signal that focusing on Economy not military…”
또 다른 변화는 김 위원장이 올해 노동당 회의를 집중적으로 열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올 1월 5일부터 12일까지 평양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열었습니다.
8차 대회 기간 중인 1월 1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1차 전원회의를 열었고, 2월과 6월에도 전원회의를 열었습니다.
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2/24),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3/6) 세포비서대회(4/6) 정치국회의(9/3)까지 거의 모든 수준의 당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노동당 회의가 이렇게 자주 열린 것은 체제 결속을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대회를 통해 대부분 체제 결속, 그리고 8차 당 대회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목표 달성 독려, 반사회주의 투쟁 등 당면한 위기에 대응한 체제 결속형 행사가 대부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분야 현지 지도는 올해 4차례에 그쳤습니다.
김 위원장은 3월 24일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4월1일에는 평양 보통강 강안지구 주택단지 건설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8월 21일에도 같은 장소를 방문했습니다.
보통강 구역은 평양에서도 당 간부와 내각, 그리고 문화인들이 밀집해 사는 ‘부촌’으로 다락식(복층) 주택 800세대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11월 16일 양강도 삼지연 건설사업장을 방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3단계로 나누어 전당적·전국가적 사업으로 힘있게 추진되어온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올해로 결속되게 됩니다."
김 위원장이 올해 평양을 벗어나 지방 경제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것이 처음입니다.
올해 4차례에 그친 김 위원장의 경제 분야 활동은 집권 이후 가장 적은 겁니다.
과거 김 위원장은 매년 수 십 차례 공장과 기업소를 찾았으며지난해에는 14차례에 걸쳐 경제 분야를 둘러봤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경제난으로 인해 현지 지도를 할만한 공장과기업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 위원장 체제의 딜레마는 제재나 고립으로 인해 산업이 마비상태에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경제 현장이 있을 수 없죠.”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공식활동을 중단하고 2차례나 잠적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5월 6일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던 김 위원장은 잠적 29일만인 6월 4일 다시 공개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공개활동에 나선 김 위원장은 눈에 띄게 살이 빠진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NK 뉴스'는 김 위원장이 손목시계를 착용한 사진을 근거로 체중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소 스위스제 고급시계를 왼쪽 손목에 착용하는데 지난해 11월과 달리 6월 4일 사진에서는 시계줄을 더 바짝 조였다는 겁니다.
북한 관영매체도 김 위원장의 체중 감량을 인정하는 방송을 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6월 25일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총비서 동지가 수척해졌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녹취: 중방] "우리 사람들이 제일 가슴 아파하는 거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수척해진 모습을 볼 때 우리 인민들은 제일 가슴이 아팠다는 거. 모든 사람들이 다 말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이 건강관리를 위해 일부러 20kg 정도 살을 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김 위원장이 모종의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Major health illness is going on here, his obesity, his doctor said..”
김 위원장은 10월에도 한 달 이상 공식석상에서 사라졌습니다. 10월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 전람회에 참석했던 김 위원장은 35일간 종적을 감췄다가 11월 16일 다시 공개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미국의 `NK 뉴스'는 위성사진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원산의 별장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호화 요트가 10월 24일 강원도 원산 별장 주변 해안을 항해하는 것이 포착됐다는 겁니다.
한편 올해 김정은 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사람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용원 조직비서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조용원 부부장은 올해 25 차례 김 위원장을 수행해 수행횟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조용원은 지난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위원회 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직에 올라 북한의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실세인 김여정 부부장은 두 차례의 담화 발표와 9.9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외에는 별다른 동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은 대미, 대남 정책 외에도 주민들의 민생 동향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정원 보고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10월 28일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김병기 의원] “(김여정이) 비공개 지방 방문 등을 통해 민생 동향을 파악해 김정은에 보고하는 등 내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2월이면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를 포함해 갖가지 도전에 직면한 김정은 위원장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