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겨울나기: 김장, 석탄, 전력


10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
10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에도 겨울 추위가 시작됐습니다. 양강도 삼지연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졌고 평양도 영하의 날씨라고 하는데요. 김장과 난방같은 월동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올 겨울 추위는 11월 중순부터 시작됐습니다.

북한 기상당국은 11월 10일을 기해 전국에 ‘추위경보’를 내렸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전반적 지역에서 추위경보입니다. 13일 아침까지 찬 공기가 정체하면서 날씨는 춥겠습니다.”

북한의 최북단인 자강도 강계에서는 지난달 30일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북한 TV를 보면 차량은 엉금엉금 기어가고 두터운 방한복을 입고 거리에 나선 주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 살다가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김장을 가장 중요한 월동준비로 꼽습니다. ‘반년 식량’인 김장을 충분히 해야 이듬해 봄까지 먹고 산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기관과 기업소가 김장에 필요한 배추를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배추를 사다가 김장을 합니다.

문제는 경제난으로 주민들이 돈이 없는데다 배추 가격마저 올라 김장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축산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배추가 시장에 팔리고 있지만, 전에는 배추가 kg당 800-900원 했는데 김장철이 되면서 1천5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해서, 구매력이 없어서 김장을 제대로 못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북한 주민들의 또다른 걱정 거리는 난방용 연료입니다.

평양을 비롯한 도시 주민들은 ‘구멍탄’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부엌에 마련된 아궁이에 구멍탄을 피워 방바닥을 덥히고 음식도 조리합니다.

문제는 석탄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점입니다. 석탄 배급은 끊어진 지 오래됐고, 장마당에서 석탄을 사야 하는데 가격이 올라 돈이 없는 사람은 구멍탄 구입에 엄두를 못내는 실정입니다.

북한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한국의 탈북민 단체인 NK 지식인 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주민들이 필요한 양만큼 석탄을 사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돈이 없는 가구는 밥이나 할 정도로 아주 미량으로 쓰고 있고, 돈이 없어서 석탄 구입이 어려운 거죠.”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력난도 심각합니다. 북한의 전력 생산량 46%가 수력발전을 통해 이뤄지는데 겨울철이 되면 수량이 줄거나 강물이 얼어붙어 전력 공급 시간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다시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겨울이 되면 전력 생산이 한 50% 줄어들어요. 그렇게 되면 정말 중요한 공장, 기업소, 김일성 동상 이런데만 전력이 들어가고, 주민 전력은 하루에 1시간도 안 될 때가 많거든요.”

평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전기 공급이 끊어진 시골은 장작으로 난방을 하고 광솔이나 호롱불로 지내는 형편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식량난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10월에 kg당 5천400원이었던 쌀값은 12월 3일 4천45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옥수수(강냉이) 가격도 2천450원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쌀 가격이 아니라 구매력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쌀 가격이 1천원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쌀을 살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다시 조충희 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지금 4천300원이라고 해도 또 양강도는 4천700원으로 오르고 있고, 그런 걸 놓고 봤을때 식량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사정이죠.”

실제로 돈이 없는 북한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옥수수(강냉이)로 끼니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북한에서 옥수수 가격은 쌀값의 3분의 1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이는 주민들이 쌀 대신 가격이 싼 옥수수를 사먹고 있다는 뜻으로 기근의 신호라고 미국 조지타운대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Corn is higher, it means hunger, because people substitute…”

특히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자강도, 강원도 일대는 식량난이 계속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산이 많은 곳으로, 그동안 중앙의 공급보다는 중국과의 공식, 비공식 무역으로 식량을 조달해 왔습니다.

따라서 북-중 국경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함경남북도의 식량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농촌은 ‘공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인들과 연락을 하는 김흥광 씨는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 군량미나 애국미라는 명목으로 곡물 헌납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작년엔 그러지 않았는데, 국가가 소토지 농사를 한 개인에게 아주 저렴하게,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헌납해라 이렇게 종용하고 있대요.”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정치국 회의를 열고 “농업과 건설 부문에서 커다란 성과가 이룩됐다”며 “올해는 승리의 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않을 것이라고 조충희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올해 5개년 계획 1차년도에서 수행 못한 단위가 많은데, 건설에서 집은 몇 개 지은 게 있겠지만 농업은 작년보다 좋아지지 않았는데,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김정은이 승리의 해라고 했다고 해서, 주민들이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어떤 선택으로 경제난을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