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가 뒤로 더 밀리게 됐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구실로 핵무기 개발을 더 정당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러시아 군이 24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 북쪽과 동쪽, 그리고 흑해와 아조프 해에서 남부 해안으로 상륙하는 등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북한 문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2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니아 사태로 인해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노력에서 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Clearly at this moment North Korea is assuming an even lower priority in the Biden administration's current efforts than it was before the invasion. So I think it will have the effect of putting the North Korean issue further on the backburne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 순위가 더 낮아졌다는 겁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한국담당 국장은 현재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는 한반도 관련 사안을 다룰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US attention is going to be very much fixed on Ukraine. And so that means that there's going to be less bandwidth to handle Korea-related issues.”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북한이 잘못된 계산을 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거나 과도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North Koreans may regard the United States as being distracted or overstretched or habits, attention diverted and want to take advantage of that. Those are all possibilities despite the fact that the United States response has been very clear, very strong, very quick, very firm. But you never know how the North Koreans are going to interpret all this.”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명확하고 강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북한 정권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해석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이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김정은과 김씨 정권의 혜택을 위한 특별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일 것이라는 겁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don't believe that they will do it, just because of Russia attacking Ukraine. I believe if they do it, it will be to try to achieve specific effects for the benefit of Kim Jong Un and the Kim family regime, which means he could do it at any time he feels it is right and necessary. But it was also logical to say that because of the Russian attack on Ukraine that the US was certainly distracted, so it is an opportune time to continue to test weapons.”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미국의 주의가 분산돼 있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무기를 계속 시험하기에 적합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더 정당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정권이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영국이 1994년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양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국경을 보호하기로 합의한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1천900개 상당의 전략적 핵탄두를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Pyongyang will focus on the Budapest Memorandum of 1994 signed by Russia, the United States and the United Kingdom promising to protect the sovereignty and borders of Ukraine in return for Ukraine dismantling its sizable arsenal of nuclear weapons with approximately 1900 strategic warheads and joining the NPT as a non-nuclear weapon state. Obviously, Russia disregarded these security assurances in 2014 with the annexation of Crimea and now with its invasion of Ukraine. So, yes it will be more difficult getting North Korea to commit to complete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 공화국을 병합하면서 이 같은 안전 보장을 묵살했고, 또 이번에 우크라이나 침공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행하도록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거론하는 나라들에 우크라이나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작은 나라들이 큰 나라들에 대항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를 리비아와 유고슬라비아, 이라크가 보여줬다고 주장해 왔다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던 수십년 동안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정당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rth Korea will add it to its list of countries or scenarios which it uses to justify its possession of nuclear weapons. In the past, it's talked about how the Libya and Yugoslavia and Iraq all showed why small nations need to have nuclear weapons to protect themselves against bigger nations. North Korea wasn't attacked by the United States for decades long before it ever had nuclear weapons. But they will use it for justification.”
미국과 러시아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이견을 보여 온 가운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향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중국이 통상 가장 큰 방해자였다면, 러시아는 중국의 방해에 동참하는 조용한 파트너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경색된 관계,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의 긴장을 고려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을 했을 경우 유엔의 대북 행동에 두 나라가 함께 할 가능성이 더 낮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Usually China has been the biggest obstructionist and Russia just sort of as a silent partner in Chinese obstructionism. I think now given the strained relations between the US and Russia and US and China, it's even less likely that they would get on board with a UN action against North Korea if it did an ICBM or nuclear test.”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로 유엔 안보리가 설립 이후 가장 큰 시험에 직면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내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자유와 주권, 국제법 기반의 질서를 지키는 측에 서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쪽에 서 있다는 겁니다.
한편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의 아시아 동맹들을 더 가깝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밀접한 조율이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중요한 대응일 뿐 아니라 동맹국들이 위협 세력에 맞서 단결해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that Russia's overt, large-scale invasion of Ukraine will continue to bring America's Asian allies into closer alignment. And I think that's very important, not just because it's an important response to Russia's aggression. But it's an important signal to China and North Korea that the allies will be united against efforts to intimidate them.”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한반도에도 여전히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에 대한 공약을 미국이 지킬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그런 역량과 힘이 있다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