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개전 후 처음으로 다음 주 유럽을 방문합니다. 러시아가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서면 보장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법원이 여학생들의 교실 내 히잡 착용을 막은 조처를 인정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오늘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작합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연설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국 의회 상 ∙ 하원 합동 연설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화상으로 진행됐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자 미국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개전 후 처음 마련된 자리죠?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낸시 펠로시 미 연방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진 건데요. 주요 매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연설이 미국 의회와 미국 국민에게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호소하고 강력한 지원을 촉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일제히 주목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3주째 무고한 인명이 밤낮으로 희생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단지 우크라이나의 도시와 땅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 독립 등 인류의 가치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단 한 순간도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굳건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요청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공격을 멈출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와 러시아에 있는 미국 기업들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러시아군의 공습을 막을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차원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중간, 침공 전 우크라이나의 모습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도시와 희생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의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줄곧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구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15일) 캐나다 의회에서도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을 막기 위해 자국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의원들에게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하늘이 죽음의 근원이 되고 있다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다시 요청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나, 만일 이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면 대안을 제시한다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공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나토는 왜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요구를 거부하는 거죠?
기자)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다는 것은, 곧 이를 어긴 비행기는 격추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전투기들이 우크라이나 영공에 나타나면 나토 전투기들도 출격해야 하는 건데요. 이는 사실상 직접 참전으로 간주돼 자칫 유럽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나토의 입장입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미국을 향해 특별히 주목할만한 발언도 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41년 12월, 미국이 일본군으로부터 진주만 공습을 당한 것과 2001년 9. 11 테러로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의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크라이나는 매일 그런 일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연설 말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위대한 나라의 지도자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의 지도자로서 평화의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결정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안보 지원을 위해 8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하기로 했는데요. 여기에는 800기의 대공스팅어 미사일과 헬기, 무장 드론 등이 포함된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규모는 이번 주에만 10억 달러에 달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이 끔찍한 파괴와 공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전 세계는 푸틴 대통령이 엄중한 대가를 치르도록 단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유럽을 방문한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유럽을 방문합니다. 앞서 여러 매체가 바이든 대통령이 곧 유럽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는데요.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15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개전 후 첫 유럽 방문이 되는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지도자들과 화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해왔는데요. 하지만 다음 주 24일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유럽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와 이어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 지도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나토 동맹에 대한 굳건한 약속을 재확인할 방침이라고 사키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방문 일정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면담하거나, 그런 계획도 하고 있을까요?
기자) 네. 기자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수많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대거 유입돼 있는 폴란드를 방문하거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사키 대변인은 최종 세부 일정을 여전히 만들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직접 협상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네. 15일 4차 회담이 화상으로 속개됐는데요.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회의 후, 힘든 협상 과정이었지만 타협의 공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16일, 협상 과정이 쉽지 않지만, 타협의 희망이 있다며, 일부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협상이 지금 계속 교착 상태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서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각국 대표단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진행해왔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회담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러시아가 이란 핵 협상과 관련해 서면 보장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이달 초, 서방의 제재에서 이란과의 투자 등을 예외로 인정할 경우에만 핵 합의 복원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러면서 최소한 미국 국무장관 명의의 서면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이란 핵 합의 당사국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핵 합의는 지난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에 맺은 겁니다. 러시아는 합의 당사국이면서, 또한 이란산 농축 우라늄을 인도받아 저장하는 역할도 해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를 핵 합의 복원 협상에서 배제시키면 어떻게 되는 거죠?
기자) 이란 핵에 관한 어떠한 합의가 나와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효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러시아를 핵 협상에서 배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과 연계해 서방의 제재를 위협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가 서면 보장을 받았다는 건가요?
기자) 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모스크바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라브로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란 핵 합의 당사국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서면 보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러시아가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이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와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 참여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란 핵 협상이 러시아가 제재를 피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는 없으며,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그 이상의 어떠한 약속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측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기자) 네.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협상에서 아무런 장애물도 만들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란 핵 협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민감한 문제에 있어 미국과 합의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강력한 최종 협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인도에서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들러싸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군요?
기자) 네.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고등법원이 15일, 교실에서 여학생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조처를 인정했습니다. 히잡은 넓은 의미로 ‘가리다’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여성들이 교리에 따라 입거나 머리에 쓰는 의복을 지칭하는데요. 좁은 의미의 히잡은 여성들이 얼굴을 내놓고 귀와 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를 말합니다.
진행자) 카르나타카 고등법원 재판부가 히잡 착용을 금지한 조처가 유효하다고 본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재판부는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은 이슬람 신앙에서 필수적인 종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코란 등 이슬람 경전을 다수 인용했는데요. 이슬람 경전에서도 히잡은 권고 사항이지 필수 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교육 당국이 히잡 등 학생들의 복장을 제한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히잡 착용 논란이 학교 당국의 조처에서 시작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 카르나타카주 우두피 지역의 한 대학이 교실에서 여고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면서 발단이 됐는데요. 이후 다른 몇몇 학교도 히잡 착용을 금지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이 조처를 두고 항의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이진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무슬림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항의 시위에 나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투석전이 벌어지기 등 폭력 사태가 나면서 학교들이 잠시 휴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학교의 상위 기관인 현지 교육 당국은 히잡 금지에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기자) 네. 교육 당국도 히잡 착용을 금지한 학교 당국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그러자 몇몇 여학생들이 교육 당국의 조처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요. 이들은 소장에서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보장한 헌법상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무슬림은 인도에서 종교적으로 소수 종족이죠?
기자) 네. 인도 인구가 13억 명이 넘는데요. 이 가운데 13% 정도가 무슬림입니다. 반대로 인접국인 파키스탄은 무슬림이 다수인데요. 인도에서 무슬림들은 사회, 경제적으로 차별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인도 내 무슬림 단체들과 인사들은 이번 법원 판결에 실망했다는 반응입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도 각지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조처가 봇물을 이룰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학교 당국과 현지 교육 당국은 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폭력 사태 등 더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이번 소송은 그럼 이대로 마무리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원고들은 해당 소송을 대법원에 가지고 갈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과연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